에어비앤비는 피해?수혜? 무 짜르듯 대상 찾기 힘든 이익공유제 '논란덩어리'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여당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활발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주요 업종 대표 단체가 제도 설계 양상에 따라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집단 반대 의견을 냈다. 15개 업종별 협단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1일 자동차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익공유제에 대한 건의문'을 채택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한 이른바 '코로나19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KIAF는 ▲자율성 보장 ▲수혜ㆍ피해 기업 산정 불가능 ▲재산권 침해로 인한 위헌 논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분쟁 가능성 등 부작용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산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자발적 참여'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KIAF는 코로나19 이익공유제 도입 여부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상생 방안 모색에 대한 자율성도 명실상부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롤스로이스나 보잉의 경우도 협력을 통한 기여가 전제돼 있으며 수익 뿐 아니라 위험 부담도 공유하는 점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은 방법으로 도입하고 이를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게 적용하는 경우엔 ISD 등 분쟁이 발생할 공산도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수혜·피해 기업 등 주체와 대상, 범위 등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가 대표적 사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여행 수요 급감으로 지난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드는 등 동종 업종과 함께 경영 위기를 맞았다. 직원의 25%인 1900명을 해고하고 11%의 고금리에 운영 자금을 차입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단거리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트렌드 변화를 읽고 사업 모델을 신속히 전환하는 피봇팅을 시도했다.

알고리즘이 여행자의 거주지에서 근거리에 위치한 숙박 시설, 고급 해변 주택 등을 추천하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하자 근거리 여행 예약 건수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2019년 에어비앤비 예약의 49%는 국가 간 여행이었으나 지난해 9월에는 예약의 77%가 국내 여행인 것으로 집계됐다. 예약의 절반 이상이 300~500마일 이내 거리 여행이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2분기 5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1개 분기 만인 3분기 13억4000만달러 흑자로 극적 회생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국제 관광 수요가 사라져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내 근거리 관광이 늘어나는 새로운 추세를 포착해 플랫폼을 개편함으로써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다"면서 "이 경우 코로나19 수혜 기업인지 피해 기업인지 구분하기 모호한데 우리 기업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수혜 기업이라 하더라도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마케팅 등 자구 노력 없이는 이익 창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이익발생분만 구분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KIAF의 견해다. 따라서 객관적·과학적 근거 없이 영업이익을 피해 기업 등과 공유하는 경우 기업 활동으로 인한 이익은 주주의 권리로 인정되는 현행 법 체제하에서는 경영층이 아무 관련이 없는 기업이나 계층과 이익을 공유한 결과가 돼 이들에 대한 배임죄 적용과 소송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이 균형발전, 주민 생활 향상 등 공익 목적으로 재무 상태 대비 과도하지 않은 규모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부를 결정한 주식회사 이사들에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2016다260455판결)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 체제하에서 이러한 이익공유는 기업과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공동 협력으로 인한 성과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단지 코로나19라는 환경적 요소만 고려해 이익 창출과 무관한 기업 등과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은 우리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

KIAF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영업이익을 어려운 계층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많은 세금을 국가에 납부하는 한편 한국판 뉴딜 등 신산업 분야에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산업을 발전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이 관건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이어 "정부가 (이익공유제 도입보다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많은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신성장 산업이나 일자리 창출 분야에 왕성한 투자를 하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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