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 지난 6일 저녁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은희(가명)씨는 여느 때 처럼 식사 주문을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가 깜짝 놀랐다. 폭설로 인해 배달이 어렵겠다는 공지가 뜬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를 하며 배댈 앱으로 식사를 해결하던 김씨는 갑자기 오도 가도 못하고 당장의 굶주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주말까지 영하 15도를 밑도는 강추위로 배달 지연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김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폭설과 한파로 인한 배달 서비스 차질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배달기사(라이더)들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방증한다. 눈으로 라이더들의 발이 묶이면서 월 1조6000억원 어치가 주문되던 ‘배달 경제’도 잠시 멈춰 섰고 많은 이들이 ‘먹고 사는’ 걱정을 다시 해야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라이더가 플랫폼 경제를 잇는,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의 삶을 지탱하는 실핏줄이 된 것이다.
전국에서 뛰고 있는 라이더 숫자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179만 명이라고 밝혔다.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이들이 약 22만 명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배달기사다. 보수적으로 10만 명 이상, 업계에서는 20만 명의 라이더가 일하고 있다고 보는 근거다.
특히 라이더는 지난해 코로나19를 거치며 큰 폭으로 늘어 어엿한 신(新)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배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로고에서 한 달에 한 건 이상 배달을 수행한 라이더는 지난해 2월 1만3200명에서 12월 2만800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플랫폼 종사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배달 서비스"라며 "코로나 영향으로 수요와 시장이 늘어나면서 다른 분야에서 수입이 줄어든 이들도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더들의 활동 영역은 음식 배달에서 생필품, 옷 배달까지 확대되고 있다. 오전에 옷을 주문하면 라이더가 반나절 만에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까지 나온 것이다. 식(食)에서 ‘의(衣)’의 영역으로 라이더 경제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부쩍 커진 규모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개인사업자 신분인 라이더들과 운영 기업 간 노사 문제가 첫 번째다. 이 교수는 "플랫폼 종사자 중 노사문제 등의 이슈에 대해서 가장 앞서 진행되는 분야가 배달 라이더"라며 "해외에서도 라이더를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자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 같은 상생 노력이 라이더 전체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배달료, 배차 기준 등의 문제도 있다. 라이더들의 수익과 직결된 배차 기준은 플랫폼 기업과 이해가 엇갈릴 수 있고, 특히 음식점과 소비자가 함께 부담하는 배달료는 소상공인들과 얽혀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전체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상황인데 소상공인 부담 중에서 배달 쪽에서 큰 부분은 배달료"라며 "배달료의 결정구조, 부담이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