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내몰린 엑손모빌…글로벌 석유회사의 몰락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석유 산업 위기
재생에너지 늘리는 다른 석유회사와 다른 선택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한때 시가총액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유지했던 글로벌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흔들리고 있다.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규모는 물론 수익성 면에서도 따라올 기업이 없던 엑손모빌이 올해 1~3분기에만 24억달러(2조6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주가는 35% 떨어졌다. 엑손모빌의 주요 주주 가운데 한 곳인 헤지펀드 D.E 쇼 등 투자자들은 엑손모빌이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당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조정하라는 것이다. 이미 전체 임직원의 15%인 1만4000명을 줄였다.

엑손모빌은 이미 대규모 사업 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지난달 내년도 투자 규모를 190억달러로, 2022년부터 2025년사이에는 200억~250억달러 규모의 설비투자로 발표했다. 2025년까지 3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공언했던 사업구상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엑손모빌이 이처럼 어려움에 부닥친 것은 복합적인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가장 급한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석유 가격과 수요 모두 줄어든 것이다. 이보다 장기적으로는 점차 기후변화가 문제가 되면서 석유 관련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보유 중인 지분을 줄이겠다는 금융회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역시 사업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실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엑손모빌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향후 7년간 유가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와 비교해 11~17%가량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만 해도 엑손모빌은 향후 5년간 배럴당 평균 62달러에서 거래되고 2026년과 2027년에는 배럴당 72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마련된 전망치는 향후 5년간 유가가 배럴당 50~55달러로 봤으며, 2026년과 2027년에 60달러에 그칠 것으로 본 것이다.

글로벌 석유회사 모두 같은 어려움에 부닥쳐 있지만, 엑손모빌의 상황은 또 다르다. 가령 로열더치셸이나 BP와 같은 석유회사들의 경우에는 석유 관련 산업 외에도 재생 에너지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반면 엑손 모빌의 경우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현재 사업구조에 집착하고 있다. 가령 엑손모빌은 내년도 자본투자에서 석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물론 엑손모빌 역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유럽 등 다른 석유기업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대신에 해조류를 바이오연료로 활용해 자동차나 항공기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이런 계획을 수년째 밝혀왔지만, 아직 상업적 생산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존스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제니퍼 로랜드는 "엑손모빌이 생존할 수 있냐 묻는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답할 것이다. 세계 곳곳에 자산도 많고 인력도 있으며, 기술력도 있다"면서도 "만약 질문이 번영할 수 있느냐로 바뀐다면, 여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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