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기자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K라면(라면 한류)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스카상 수상과 함께 크게 주목받았던 짜파구리 얘기가 아니다. 농심의 신라면블랙은 미국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동남아시아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됐다.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국민 라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라면 수출은 중량을 기준으로 2015년 5만5037t에서 지난해 13만7284t으로 약 3배 늘었다. 수출금액은 지난해 4억6700만 달러에 달한다. 2015년 2억1880만 달러 대비 2배를 넘어섰다.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이 4만1537t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미국 1만4908t, 일본 9638t, 호주 6147t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5988t), 대만(5962t), 베트남(5669t), 태국(5170t), 필리핀(4251t), 말레이시아(4222t)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도 10위권 내 다수 포진했다.
올해 들어 라면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1~8월까지 누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라면 수출액이 4억54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7% 급증했다. 미국(56.7%)ㆍ일본(48.9%)ㆍ중국(44.9%)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증가율이 높았다. 올해 라면 누적 수출액은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8.4%에 해당해 한국 식품 수출 증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오래 보관하면서 가정 내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ㆍ일본ㆍ중국 등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면서 "라면 수출이 올해 농식품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K라면의 선봉에는 1위 업체 농심이 있다. 농심의 올해 해외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약 20% 많은 9억5000만달러다. 상반기 해외 사업매출은 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매출 8억달러의 65%를 이미 달성했다.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 덕분이다. 상반기 미국 법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 성장한 1억64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등 공신은 단연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즈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선정됐다.
신라면블랙은 셰프와 작가, 평론가 등 7명의 전문가가 직접 평가를 진행해 발표한 '세계 최고의 라면 BEST 11'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이들이 꼽은 베스트11 라면에는 한국 라면 4개, 일본 라면 6개, 싱가포르 라면 1개가 포함됐다. 신라면블랙에 이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3위), 신라면건면(6위), 신라면사발(8위)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전체 11개 제품 중 농심 브랜드 4개가 한국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순위에 오르며 한국 라면의 자존심을 세웠다.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 농심은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과 신라면블랙만 4800만달러어치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약 25% 늘었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1971년 처음으로 소고기라면을 수출하기 시작하며 "한국의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대신 '한국의 맛'을 그대로 지켜내자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 결과 50여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초창기 한인 시장을 주로 공략하던 농심은 1994년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농심아메리카 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라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신라면, 육개장사발면 등 국내서 인기를 얻은 주력 제품들을 현지 시장에 선보였다. 사업 초기는 순탄치 않았다.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일본 라면 맛과 비교해 지나치게 매운맛이 강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기 농심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베트남, 일본인 등 아시안과 히스패닉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그 결과 1998년 무렵에는 중국, 베트남, 일본인을 비롯한 아시아계가 약 25%, 중남미의 히스패닉계가 10% 정도를 차지하는 등 한인 시장 외의 소비층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농심의 미국 수출 실적은 1988년 200만달러 수준에서 1995년에 1650만달러, 1998년 2500만달러로 고속 성장했다.
신 회장은 농심아메리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5년 총 600억원을 투자해 LA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신 회장은 공장건설 방향에 대해 "농심의 기술력은 미국의 어느 식품회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미국 최고 식품회사에 견줄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되, 앞으로 미국에서 최고의 식품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자"고 했다.
LA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며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안성탕면 등 제품군이 다양해졌다. 농심은 일본 라면 대비 프리미엄급 라면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싸게 한끼를 때우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기호식품 중 하나로 올려놓기 위해서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LA공장의 총 6개 생산라인에서는 연간 5억개의 라면이 생산된다. 농심은 LA공장 인근에 2공장 건설도 준비중이다.
신동엽 농심 미국 법인(농심아메리카)장은 미국 공략 성공 비결에 대해 품질, 한국의 맛 고집, 단계별 시장 공략 등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신 법인장은 "미국인이 신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서도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매운맛과 좋은 품질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는 점"이라면서 "한인 시장의 성공, 월마트 전 점포 입점 등의 성공담으로 미국 시장에 단계적으로 들어갔고 이렇게 쌓은 경쟁력이 지금의 농심아메리카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