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오세창'이 수집한 '근묵(槿墨)'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

고려 말~근대기 한반도 1136명의 명사 글씨 총망라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시는 우리나라 역사 속 1136명의 유명 인물들이 남긴 글씨를 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서첩(書帖), '근묵(槿墨)'을 국가문화재로 지정 신청한다고 11일 밝혔다.

근묵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소장본으로, 모두 34첩의 서첩과 1책의 목록집으로 구성돼 있다. 비단으로 된 표지에 전서(篆書) 글씨로 '槿墨', '八十葦(팔십위)'라고 쓰고 '위창한묵(葦蒼翰墨)'의 위창 오세창(吳世昌) 인장이 찍혀 있어 그의 나이 80세인 1943년에 묶은 서첩임을 알 수 있다.

포은 정몽주부터 근대기 서화가 이도영(李道榮)의 진적(眞蹟)까지, 이순신 장군을 제외하고 고려 말에서 한반도 근대기에 이르는 유명 인물들의 행서·초서·해서·전서·예서 등의 글씨체가 빠짐 없이 서간과 시문 등으로 수록돼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 국왕부터 사대부, 중인, 노비, 승려 등 다양한 계층들의 사회상과 생활사는 물론 일제강점기에 절개가 뛰어났던 인물들의 우국충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또 한반도 600여년간의 인물들에 대한 인명사전적 역할을 하며 다방면의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오세창은 일제강점기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자 계몽운동가·문예애호가로,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대표적인 인물이다. 오세창의 신념과 정신, 감식안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국내 서예사의 명실상부한 귀중본이기도 하다.

근묵 뿐 아니라 오세창과 그의 집안이 수집·제작한 많은 문화재들은 오세창이 3·1운동 후 3년 간 옥고를 치루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하나씩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지만 아직까지 한 점도 문화재로 지정·등록되지 못했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근묵 가운데 일부가 비교대상본이 없어 진위 판단이 어려운 작품이 있고, 1943년에 성첩됐다는 시기를 두고 국가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신청 방향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와 검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다의 명사 글씨가 총망라된 근묵이 국가문화재로서 충분한 지정 가치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보존·관리돼 후세에 보전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근묵을 시작으로, 위창 오세창의 숭고한 의지와 곧은 기개를 담은 많은 문화재들이 국가 혹은 지자체 문화재로 지정돼 그 가치가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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