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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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KDB생명을 시작으로 그동안 쌓였던 과제의 실타래를 풀고 있다. 10년간 세 차례나 매각이 무산됐던 KDB생명이 4수 끝에 새 주인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대우건설 및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밀린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산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중견 사모펀드(PEF)인 JC파트너스는 최근 KDB생명에 대한 실사와 경영진 면담 등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들어온 곳 중에서 JC파트너스가 가장 먼저 실사를 진행해 완료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자 선정이 진행될 예정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JC파트너스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약 2000억원에 산 뒤 신주 유상증자를 통해 3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납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합하면 매입자금은 총 5000억원에 이른다. 또 JC파트너스는 미국 PEF 칼라일의 재보험부문과 협업해 KDB생명을 공동재보험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산은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회사를 떠안은 이후 당초 5년 내로 되팔 계획이었지만 세 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력이 취약해졌고 재무건전성도 크게 악화됐다. 이에 2017년 9월 취임한 이 회장은 2018년 2월 보험 전문가인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를 KDB생명의 사장으로 영입해 정상화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이는 2016년부터 3년 연속 적자였던 KDB생명이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344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하는 결과를 낳았다.
금융권에서는 10년 숙제의 해결을 눈 앞에 둔 배경에 매각가격에 대한 이 회장의 유연한 자세를 꼽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시장에서 (KDB생명의 구주) 매각가격을 2000억~8000억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좀 더 받겠다고 안고있는 것 보다 파는 게 도움되고 비용 최소화라고 생각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장에 그만큼 가격조정에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겠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JC파트너스가 제시한 대로 매각가격이 결정된다면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에만 6500억원을 썼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포함하면 KDB생명에만 쏟아부은 자금은 총 1조2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KDB생명 인수가 마무리되도 이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산업은행은 2018년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하는 등 매각에 속도를 냈지만 호반건설이 인수를 철회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 3월에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업결합 심사는 두 회사가 일정 이상의 매출을 내는 한국, 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6개국에서 이뤄지며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인수는 무산된다. 현재까지 기업결합 승인을 내준 국가는 카자흐스탄 뿐이다.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순탄치만은 않다. 최근 항공업계가 유례없는 불황에 빠지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설(說)까지 돌고 있다. HDC현산은 현재 산업은행이 추가 대출을 해주고, 기존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도 유예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등 인수 조건 변경을 위한 물밑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지원도 산은이 중심에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에도 "회장직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취임 때부터 현재까지 기업 민영화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KDB생명 매각이 엉킨 실타래가 풀릴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 회장이 연임되지 않는 이상 현재까지는 임기 만료일인 9월까지 쌓인 과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