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라이브로 강의? 이러려고 400만원 냈나' 온라인 강의에 뿔난 대학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초중고교 개학 연기 및 대학 개강이 연기된 가운데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캠퍼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학가에서는 개학 연기에 이어 당분간 온라인 비대면 강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을 비롯한 전국 대학 다수가 온라인 강의를 시행키로 했다.

문제는 대다수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가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17개 대학의 온라인 동영상 강의 운영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전체 강의 대비 온라인 강의 비중이 대부분 1% 미만이었다. 213개 대학 전체의 지난해 온라인 강의 비중도 평균 0.92%에 불과했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자체적인 온라인 강의 시스템조차 구비 돼있지 않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번 온라인 강의 결정 이후 부랴부랴 자체 강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운영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접속이 안정적으로 운영될지도 미지수다.

자체 인프라가 없거나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일부 대학에서는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스트리밍 사이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 경험이 없는 교수나 강사들이 촬영 장비나 촬영 전문가 등의 도움 없이 개별적으로 진행할 경우가 화질이나 음질을 보장할 수도 없다. 수업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출처 - 아시아경제 DB]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큰 상황이다. 대학생 A 씨는 "온라인 강의 공지가 올라온 이후 어떤 교수는 실시간 화상으로 진행하고, 어떤 교수는 강의 녹화본을 틀어준다고 하는 등 교수마다 다른 강의 방식을 공지해 혼란스럽다"라면서 "상황이 상황인 만큼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건 이해하지만 저는 물론 학교 동기들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생 B 씨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진행하겠다는 교수도 있는데 인스타그램으로 수업 들으려 학비 400만 원을 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강의 대신 과제로 대체하겠다는 곳도 있다. 대학생 C씨는 "강의 자체를 안 하고 과제로 출석 체크를 대신하겠다고 공지했다. 수업 한 번 안 듣고 과제를 하라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아닌가"라며 "당장이라도 휴학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수업의 경우에는 개강 자체를 미루거나 이론 수업을 선행한 후 실습을 진행하는 방안을 택했다.

한 간호학과 4학년 학생은 "일주일에 3일 이상이 실습인데 온라인 강의 공지가 떴다"며 "실습은 잠정 취소됐고, 상황에 따라 4월 이후나 방학 때 진행한다고 했다"고 했다.

음대를 다니는 한 학생도 "교양을 제외한 전공 필수 과목들은 실습 강의라 온라인 진행이 어려워 4월께 정상수업을 시작해 7월에 종강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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