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에 막무가내인 집주인… 퇴로 막힌 세입자는 '울상'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춘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112㎡에 사는 대기업 임원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보증금 3억원을 더 내든지, 아니면 반전세로 돌리자"는 내용이었다.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불과 며칠전만 해도 몇천만원 정도의 보증금 인상을 예상했지만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커 당황했다. 단지내 중개업소들에 시세를 알아본 그는 더 놀랐다. 며칠 새 호가가 실제로 그만큼 뛰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분당신도시 이매동의 J(여ㆍ47)씨 역시 비슷한 처지다. 불과 일주일 전에 보증금 1000만원만원만 올려 재계약을 하기로 집주인과 구두로 합의했는데 갑자기 1억원을 올려달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구두합의 사항을 담은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집주인은 우편물 수취까지 거부하며 막무가내다.

각급 학교 방학을 앞두고 대치동ㆍ목동 등 서울시내는 물론 분당신도시 등 학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주요지역에 전ㆍ월세 대란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26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자고 일어나면 전셋값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뛰면서 세입자들은 급하게 전세자금 대출을 얻거나 저렴한 새 전셋집을 찾느라 아우성이다. 곳곳에서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도 있따르는 분위기다.

A씨의 경우 보증금이 오른 만큼 이를 월세로 내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3억원의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면 300만원 가까이 되는 탓이다. 그는 단지 내 소형 평수마저 매물도 마땅치 않자 부랴부랴 저렴한 인근 다세대ㆍ연립의 매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는 "두 아이가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고 있어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도 힘들다"며 "교육 문제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정시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대학입시제도 개편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한 전ㆍ월세 시장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12ㆍ16 부동산 대책이다. 학교 배정과 학원 수요가 강남ㆍ목동 등 인기 학군지역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강도 규제에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전세로 눌러앉으면서 수급 균형을 깨뜨렸다는 것이다.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매년 겨울방학에 수요가 몰리긴 하지만 요 며칠새 갑자기 전세 매물이 사라져 버렸다"며"집주인들이 전셋값 급등에 매물을 묶고 있는데다 세입자들도 나올 생각을 안하니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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