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 높은 '살인벌' 추출물로 맥주 빚어
일반적으로 맥주는 보리에서 나온 맥아로 빚는다. 하지만 곤충으로도 만들 수 있을까. 세계 최초로 벌의 효모(yeast)를 추출해 맥주를 만든 이들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영국 웨일스 카디프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나미비아대 연구팀과 협력해 세계 최초의 '꿀벌 맥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효모를 추출하는 데 쓰인 꿀벌은 아프리카 화 꿀벌, 속칭 '살인벌'이다.
해당 벌은 유럽꿀벌과 아프리카꿀벌을 교배해 만든 꿀벌이다. 정글 등 척박한 지대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양봉 산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문제는 극악한 공격성이다. 조금만 다가가도 단체로 날려 들어 벌침을 쏘기 때문에 취급 시 주의가 필요하고, 정작 벌집 안에 꿀을 잘 모으지 않아 지금은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연구팀은 이런 살인벌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맥주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통상 맥주는 맥아 등 효모를 이용해 빚는다. 벌의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도 맥주 효모의 일종인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를 만든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 착안, 벌의 미생물로부터 효모를 분리해 맥주 원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카디프대 연구팀은 우선 아프리카로 가 살인벌로부터 맥주 원료를 추출했고, 이후 웨일스로 돌아와 유럽 꿀벌로부터 효모를 분리한 뒤 두 효모 원료를 섞었다고 한다. 그 결과 제대로 된 맥주를 생산할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아이디어는 살인벌에게서 신약 소재를 추출하는 '파마비스(Pharmabees)' 프로젝트의 부산물이라고 한다. 카디프대 연구팀은 신약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한편, '살인벌 맥주'도 양산하기 위해 양조업체와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다. 수익금은 모두 파마비스 프로젝트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연구를 주도한 리스 베일리 카디프대 박사는 "살인벌 맥주처럼 꿀벌 연구를 통해 자연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항생제, 슈퍼버그 같은 난제에 있어 꿀벌의 부산물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밝혀내는 것"이라고 의의를 평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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