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일반적으로 구두를 생각할 때 발끝을 둥그렇게 처리한 구두를 곧잘 떠올린다. 발끝을 뭉뚝하고 각지게 처리한 '스퀘어토' 구두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후망(humant)'은 오히려 이런 점에 착안했다. 차별화를 위해 스퀘어토 구두를 더 과장되게 각진 스타일로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후망은 핫하고 세련된 구두 브랜드로 떠올랐다.
후망을 창업한 안태희 대표는 패션 디자인학과를 전공한 온라인 편집숍 상품담당자(MD) 출신이다. MD 시절 여러 온라인 쇼핑몰 대표를 만나 인맥을 쌓고 소자본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우던 그는 2014년 신발 브랜드를 창업해 운영하다 2016년 후망을 이세용 공동 대표와 함께 오픈했다. 후망은 인류를 뜻하는 'human'과 수학기호인 '+'를 알파벳의 'T'로 표기해 '인간에게 필요한 가치를 더하다'라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독자성과 하이엔드, 브랜드가 그가 추구하는 가치다. 안 대표는 "기존 신발 브랜드들이 클래식한 무드를 재현하거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따라하는 등 재미없는 형태로 양분화 됐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보다 독자성을 가진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엔드는 일반적으로 고가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후망의 제품은 20만원대 전후의 합리적 가격대다. 비싸기보다는 소장가치가 있고 지속적으로 성장·진화해 나가는 브랜드를 추구해서다.
창업 초기에는 통굽 신발을 내세웠지만, 보다 차별화가 필요하다 생각해 2017년부터 스퀘어토 슈즈를 선보였다. 일반적인 스퀘어토 슈즈보다 좀 더 넓고 각지게 해서 스트릿웨어의 느낌을 살린 게 주효했다. SNS와 신발 마니아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얻은 스퀘어토 슈즈는 현재까지도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베스트셀러다.
올해 선보인 타비슈즈는 엄지발가락과 두번째 발가락 사이가 분리된 디자인이다. 기존 스타일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신발 끝을 더 각지게 만들고 굽을 조절하는 등 후망만의 디테일을 추가했다. 최근에는 고객들의 요청을 반영해 신발에 추가적인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안 대표는 "고객들 수준이 올라가서 전문적인 수준의 요구를 해 온다"며 "유튜브나 온라인 카페에서 본 리뷰를 통해 사전조사를 하고 직접 저희 쪽에 전화를 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신발 밑창을 기존 고무창 대신 가죽창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거나, 이탈리아 유명 밑창 브랜드인 '비브람'에서 제작한 창을 덧대 제작해달라고 요구해오는 것.
그만큼 중소브랜드도 디자인이 좋고 괜찮으면 고객들이 스스로 검증에 나서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 SNS를 통해 후망의 신발이 알려지면서 해외 구매 수요가 늘어 올해부터는 영·중·일문몰도 오픈해 운영 중이다. 안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해외 문의가 많아지면서 해외몰도 구축했다"며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의 절반 이상(60%)을 차지하는 일본의 경우 별도 인력과 SNS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