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내년 주요 산업 가운데 산업환경이 개선될 만한 업종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적방향도 증가 쪽으로 진행될 업종이 없으며, 실적이 저하되거나 유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나이스신용평가는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저성장과 저금리:새로운 환경의 시작인가'를 주제로 한 공동 간담회에서 한국의 40개 업종 중 내년 산업환경이 나아지는 업종이 단 1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환경이란 산업 주기별 각 국면에서의 산업 전망 판단 지표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소매유통,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종합건설, 할부리스, 부동산신탁, 주택건설 등 7개 업종은 내년 산업환경 '불리', 실적방향 '저하'로 전망됐다. 시멘트업의 경우 내년 산업환경은 '중립'으로 평가받았지만 실적방향이 '저하'로 분류됐다.
숀 로치 S&P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한국 기업경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야기되는 원천은 여전히 좋지 않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라며 "한일 관계도 기술업종에서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2.1%로 예상되는데, 회복세가 아주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돼 기업의 투자가 아주 취약하고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은행이 이번 경기 사이클 안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금리를 인하해 기준금리가 1% 미만으로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신용등급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최우석 나신평 평가정책본부장은 분석 업종 40개 중 17개 산업이 내년에 불리한 산업환경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본부장은 "40개 중 17개 업종이 부진한 것은 상당히 신용도에서 부담이 있다라는 걸 의미한다"면서 "17개 산업 중 특히 7개 산업은 실적 방향성 또한 저하될 것으로 예상돼 실질적으로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내년에도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나신평이 등급을 매기고 있는 기업 45곳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30곳이 등급전망이 '부정적'이고 15곳이 '긍정적'이다. 최 본부장은 "내년에도 거시환경과 산업환경의 부정적인 변화에 따른 신용도 하향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특히 내수 업종 중 소매유통, 의류, 주류산업 등은 인구 감소와 가계 부채 확대로 소비여력이 저하돼 불리한 산업환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S&P는 지난달 6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이후 3년 4개월째 'AA'를 유지하고 있는데, S&P의 분류 등급 21개 중 세 번째로 높다.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당분간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영국, 프랑스 등이 AA를 받고 있고 일본, 중국은 두 등급 낮은 'A+'를 부여받았다.
S&P는 하반기 들어 잇따라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에 적색 신호를 켰다. 전날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고, 지난 10월에는 한국전력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한전의 'BBB-'는 S&P가 부여하는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S&P는 이들 기업의 수익성 저하에 따른 차입금 부담 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