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도 좋으니 알려만…' '깜깜이 통보'에 속타는 취준생

채용 공정화법 있지만 '권고' 규정일뿐…"통보 의무화 해야" 靑 청원도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대부분 기업들이 불합격 지원자한테 연락을 따로 안 해줘요. 근데 그게 얼마나 속이 타는 일인지 인사담당자들은 모를 겁니다. 지원해 놓고 하루에도 수십 번 취업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합격 통보 연락받았냐'는 글을 올려요. 누군가 '합격자 연락 돌았다'는 글을 게재하면 그제야 포기하고 다른 회사를 준비하죠. 불합격이라도 괜찮으니 시간 낭비 안 하게 불합격 여부만이라도 통보해줬으면 좋겠어요."

3년 차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기업에 채용 지원을 하고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낸다. 기업 측의 '깜깜이 통보' 때문이다. 이 씨는 지금까지 스무 군데도 넘는 기업에 채용 지원을 했지만 '불합격' 연락을 받은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면접 당시 '결과에 상관없이 연락을 주겠다' 약속했던 기업들조차 불합격 통보를 해주지 않은 곳이 대다수였다.

역대 최악의 취업난 속에 2019년 상반기 공개채용 시즌이 돌아왔지만 '깜깜이 통보'가 취준생들을 울리고 있다. 구직자들은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합격한 지원자에게만 통보를 하고 탈락한 지원자들에게는 별다른 통보를 해주지 않는 것을 '깜깜이 통보'라고 일컫는다. 때문에 불합격 지원자들은 이 씨와 같이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타인의 합격 소식을 통해 자신의 불합격을 짐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자에게 통보를 해주는 기업은 많지 않다. 지난 2017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 530명을 대상으로 '채용 진행 후 불합격 통보를 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58.9%가 '불합격 통보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취준생들은 합격자 발표일이 수일 지나도 합격 여부를 인사팀에 문의하기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2년 차 취준생 박모씨(29)는 "몇 년 전 처음 지원한 기업에 합격 여부를 문의하자 '연락이 안 갔으면 불합격이니 이런 일로 전화하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사팀이 상당히 불쾌한 목소리로 응대했다"며 "향후 해당 기업에 재지원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우려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런 깜깜이 통보는 취준생들이 다른 기업에 지원할 시기를 놓치는 등의 피해로 이어진다. 기업들의 공개채용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만큼 합격 통보를 기다리다 다른 기업의 채용 지원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수시채용의 경우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합격 통보 여부를 알기 어려워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취준생들의 설명이다.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구인자는 채용 대상자 확정 시 지체 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권고 규정으로 위반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채용 합격·불합격 통보를 의무화해달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취업결과통보를 의무화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취업난으로 취준생들은 어렵고 어두운 길을 걷고 있다"며 "합격 여부를 확실히 알려줘야 지원자들은 다음 채용이나 다른 회사 지원을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준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현재 국회에서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계류 중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채용 과정에 참여한 모든 구직자에게 기업은 채용 합격·불합격 여부를 고지하고,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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