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까지 창끝 겨눈 '청와대 블랙리스트'

인권위, 지난 4개월 동안 청와대 부정 개입 등 자체 진상조사 실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부터 리스트 작성 추정
인권위 독립성 훼손·형법상 직권남용 등 관련자들 검찰 수사 의뢰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참여연대ㆍ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법관 블랙리스트' 전면 재조사 및 사법개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에서 촉발된 논란은 이후 '법관 블랙리스트'로까지 이어졌고,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해 판사들이 직접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과거 정권에서 불거졌던 ‘청와대 블랙리스트’가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명확한 사실 관계 규명을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11일 국가인권위는 지난 7월부터 11월 초까지 4개월 동안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진행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과거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인권위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거나, 인권위 스스로가 인권침해를 하게 된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과거를 청산하고자 실시됐다. 인권위는 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교수?인권활동가?변호사로 구성된 ‘진상조사 자문위원회’로부터 조사방향, 계획수립, 조사입회 등 조사전반에 대해 자문을 받았다.진상조사 결과 청와대에서 작성한 ‘인권위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증거들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인권위 측은 해당 블랙리스트가 지난 2008년 10월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인권위가 경찰 측의 인권침해를 인정한 후에 본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이 블랙리스트는 2008년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한 것과 2009년과 2010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작성·관리한 것 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특히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2009년 10월께 서울 중구 소재 더 플라자호텔에서 당시 인권위 전 사무총장에게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조사관이었던 김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인사기록카드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권위는 블랙리스트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인권위 업무활동(직권조사, 경찰징계 등 권고)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명박 정부가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인권위 별정?계약직 직원을 축출하고, 미처 축출하지 못한 직원에 대해서는 인권위 조직축소를 통해 사후관리 하고자 작성·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인권위는 인권위 블랙리스트 및 이를 통한 강제적 인권위 조직축소는 블랙리스트 명단 포함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물론 인권위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자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이에 인권위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와 조사권한의 한계 등으로 밝히지 못한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또 대통령에게 인권위가 독립적 인권보장기구로 역할과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는 등 인권위 독립성 훼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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