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일상 겉도는 AI, 세계는 인재·특허 쟁탈전"AI를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남게 해선 안 돼"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민우 기자] #. 2016년 3월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 마련된 대국장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세돌 9단은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86수만에 결국 돌을 던졌다. 흑을 잡은 이 9단의 불계패. 집수의 차이가 큰 것이 뚜렷해 계가를 할 필요가 없는 패배였다. 대부분 승리를 낙관했기에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 AI라는 실체와 불현듯이 맞닥뜨리게 된 순간이었다. 알파고가 던진 충격은 AI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하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아로새겼다. 인류가 지금 바로 부닥치게 될 현실이라는 자각은 세계 각국이 너 나 할 것 없이 AI 기술력 확보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AI는 산업의 혁신뿐만 아니라 고용구조의 변화 등으로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미증유의 존재로 여겨졌다. 그로부터 1000일, '알파고 쇼크'가 만든 변화를 되짚어봤다.
◆AI의 광범위한 경제적 파급효과='알파고 쇼크' 후 1000일이 지났지만 일상에서 체감하는 기술은 'AI 스피커'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기계학습 알고리즘 기술이 진화해 왔고 컴퓨팅의 성능과 빅데이터 처리 환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AI가 가져올 변화의 바람은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와 IDC가 공동 발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아태지역 경제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로 인해 향후 3~10년 사이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전체 일자리의 85%가 변혁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자리의 50% 이상이 새로운 직무로 재배치되거나 재교육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도 AI 기술이 이미 제조업은 물론 의료, 교육, 금융 등 서비스업과 융합돼 상용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매년 3조5000억에서 5조1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의 시발점에 '알파고 쇼크'가 있었다. 알파고 역시 지난해 기보에 의존하지 않고 바둑 규칙만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 제로'로 진화했다. 시장조사 기관 CB인사이트는 "AI를 활용한 주요 산업의 변화 추세는 2016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했으며 금융 및 소비, 헬스케어, 교통, 보안 순으로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美 VS 中…AI 기술 글로벌 '쟁탈전'=이처럼 AI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자 미래 먹을거리로 꼽히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과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선두에서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한판 대결을 펼치고 있다. 중국특허보호협회가 최근 발표한 '인공지능 기술특허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7만7876건으로 특허 건수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미국(6만7276건)과 일본(4만4755건)을 따돌렸다. 다만 보고서는 특허의 품질과 가치 측면에선 미국ㆍ일본과 중국의 격차가 다소 크다고 지적했다. 인재 역시 아직까지 미국에 부족하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의 AI분야 종사자는 85만명으로 중국의 17배에 달한다. 특허 숫자에선 미국을 앞섰지만 아직 특허의 질이나 전문가 숫자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AI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국이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중국 최대 정보통신(IT) 기업 텐센트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AI 인재 백서'를 통해 "현재 AI 연구자 및 실무자는 30만명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수백만명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텐센트,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IT공룡'으로 꼽히는 바이두의 장야친 총재는 지난 4월 AI 인재 10만명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현재 중국 내 AI 인력 5만명의 두 배에 달한다.
◆韓도 AI 인재난…"AI, 일상으로 포용해야"=우리나라도 AI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 캐나다의 연구기관 엘리먼트AI가 구인구직 서비스 링크드인 및 AI 관련 학회와 콘퍼런스 연사 명단을 기반으로 전 세계 AI 전문가(박사 이상)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170명으로 분석대상 15개 국가 중 14위에 그쳤다. AI 세계 최강국인 미국(1만2027명)은 물론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영국(2130명), 스페인(633명) 등에 비해도 한참 뒤떨어진 수치였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오는 2022년까지 국내 AI 관련 개발인력이 9986명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석ㆍ박사급 인력은 7276명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이에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관련 학회, 연구소와 미리 협약을 맺고 인재를 선점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SK텔레콤은 스웨덴 머신러닝국제학회(ICML)에서 AI 전문가를 채용했다. 삼성전자는 해외 주요 학회를 1대 1 '전담마크'하는 임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뉴욕에 AI 연구소를 직접 차리기도 했다. 모두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네이버도 AI 관련 글로벌 학회 후원을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늘렸다.전문가들은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걷어내고 보다 쉽게 접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인재난을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경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빅데이터 연구소장은 특히 AI는 신비로운 기술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AI는 일상 속의 수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명쾌한 기술인만큼 AI를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남게 해선 안 된다"라며 "대학, 기업에서 AI 기술을 개발하고 엘리트를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현직자들, 기존 연구자들도 AI를 직접 활용할 기회와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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