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으려면 금리 올려야' 압박에…정면반박 나선 한은

고용쇼크·투자부진, 금리인상되면 "득보다 실이 커"한은 독립성 침해 논란 도마 위…"금리 결정 한은 자율적 권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금리인상 발언이 이어지자 한국은행은 일단 정면 반박에 나섰다. 경기부진이 이어지는 와중에 금리가 인상되면 득보다는 실이 큰 탓이다. 금리결정은 한은의 고유권한인 만큼 독립성 침해 논란에도 불이 지펴졌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1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관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한은법에 의해 중립적,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금리인상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 발언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된다.윤 부총재의 말은 지난달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과도 맥이 통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이 총수요 정책이기 때문에 총공급측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발언을 빌려 집값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요구를 일축하기도 했다.한은이 이같은 대응에 나선 건 최근 서울집값 급등에 금리인상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 총리에 이어 여당 인사들 입에도 기준금리가 올랐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리 인상기에 과도한 주택 (담보) 대출은 가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한은의 독립성 침해 논란도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준금리 결정은 한은 금통위의 중립적, 독립적 권한에 따른 것인데 정치권의 공공연한 인상주문은 이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권들어 금리개입성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가 있겠지만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며 금리정책의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듯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이런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그에 따라서 통화정책에 중립성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이 생기고 하는건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나라경제를 보고 판단하지, 그런데 대해서는 전혀 게의치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경기침체기 금리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외환위기 후 최악 수준의 고용지표, 기업의 투자부진, 0%대의 근원물가 등 국내 경기지표는 그 어느것도 금리인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미 하향조정된 연 2.9% 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2.9% 전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전 분기 대비 0.9%를 상회하는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모멘텀 둔화가 확인된 국내 경기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금리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범위는 상당히 넓어 부동산은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주로 고려하는 요인도 물가와 경기다. 부동산 과열을 식히자는 의도로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간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버블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는 한 금리인상의 주 요인이 될수 없다"며 "금리의 영향력은 특정 부문, 특정 사람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한은 금통위 내에서도 최근들어 '신중론'을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다. 조동철 위원에 이어 신인석 위원까지 공식석상에서 물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상황이다. 신 위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물가에 선제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현재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걸 우려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낮은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고 전했다.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