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순직의 그늘]<상>연평균 15명 순직…쓰러지는 '민중의 지팡이'

10년간 순직 경찰관 152명경감·경위 압도적으로 많아40~50대 중장년 베테랑현장 출동 사고보다 과로·스트레스 돌연사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은 언제나 위험을 안고 직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순직한 경찰관들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건ㆍ출동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찰관보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세상을 떠난 경찰관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까다로운 절차와 조건으로 인해 순직을 인정받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도 한다. 매해 10명 이상의 경찰관들이 순직하는 가운데 자랑스러워야 할 순직은 경찰의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됐다. 아시아경제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민중의 지팡이' 경찰관 순직의 그늘을 두 차례에 걸쳐 집어본다.<편집자주>경찰청 순직경찰추모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순직한 경찰관은 총 152명에 이른다. 한해 평균 15명이 직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은 셈이다. 계급별로는 경감과 경위가 각각 57명, 53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찰 조직으로 보면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들이고, 사회적으로는 주로 40~50대 중장년층이다. 경찰 조직과 국가의 '허리'를 맡아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에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순직한 경찰관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갖고 있었다. 2016년 '오패산터널 총격사건' 당시 출동했다가 숨진 고(故) 김창호 경감, 2015년 '화성시 총기난사 사건'에서 범인을 진정시키던 중 총에 맞아 숨진 고 이강석 경정, 지난해 대구에서 자살기도자를 구조하려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정연호 경위, 2013년 상가건물 순찰 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폭발사고로 나란히 목숨을 잃은 고 남호선 경감과 전현호 경위. 사연은 다르지만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자랑스러운 영웅들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순직 경찰관 상당수가 현장에서의 불의의 사고보다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 뇌출혈ㆍ심장마비 등 소위 '돌연사'로 분류되는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실제 10년 동안 순직한 경찰관 152명의 사망 사유를 역추적한 결과, 사건 출동 또는 교통정리 등 임무 수행 중 사고로 사망해 순직을 인정받은 경찰관은 45명(29.6%)이었다. 반면 질병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갑작스레 사망한 순직자는 91명(59.9%)에 달했다. 나머지 16명(10.5%)은 출퇴근길 등 사고를 당해 순직했다.동료의 사망은 다른 경찰관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위는 "20년 넘게 경찰 생활을 하며 몇몇 동료를 떠나보냈지만 매번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찾아온다"면서 "더 이상 순직이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최근 한양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김인아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찰 공무원의 급성심근경색 발병률은 일반 공무원보다 1.84배 높다. 협심증은 1.52배, 뇌혈관질환은 1.36배로 나타났다. 경찰관은 현장 출동은 물론 내근 시에도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대기해야 하고 야간 근무, 잦은 출동, 긴급 상황 발생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김 교수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이 건강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경찰관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ㆍ증진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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