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운명의 날]삼성 미래 투자 올스톱 위기…韓 경제도 흔들

삼성 서초타운 전경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운명을 결정할 선고재판의 날이 밝았다. 삼성전자측은 이번 재판이 이 부회장의 개인 소송으로 회사 차원에선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사실상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어려워지는 만큼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법정구속돼 이미 6개월 가까이 복역하고 있는 만큼 경영 공백도 장기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적기에 이뤄져야 할 대규모 투자는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멈춰섰다. 재계 관계자는 25일 "재판부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영 공백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멈춰선 투자, 사라진 M&A=이 부회장이 구금돼 경영공백이 이어진 지난 6개월간 삼성전자는 사실상 모든 투자 계획이 멈춰서고 말았다. 당초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자율주행,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을 추가로 인수해 5년 안에 자율주행 플랫폼을 내 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전면 보류 또는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인수합병 대상으로 삼았던 기업들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각 부문별 최고경영진이 이미 계획된 사업은 꾸려가고 있지만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투자나 신사업 개척 등 핵심적인 경영 판단은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부회장의 장기 구금으로 인해 신인도 하락도 불가피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받고도 가지 못했고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모이는 다보스 포럼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1심 유죄로 구금 기간이 길어질 경우 이 부회장의 등기 이사직 유지도 문제 될 수 있다. 오너 일가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개척해 나가던 삼성전자의 성장동력도 멈춰설 수 밖에 없다.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 올해 10대 그룹 제조업체의 수출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의 수출 비중은 33%로 국내 기업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듯 보이지만 속사정은 가시밭길이다. LCD 패널의 경우 과거 최대 수요자였던 중국이 공급자로 나서며 패널 가격을 하락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반도체 역시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2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LCD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까지 장기화되며 향후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계획, 인수합병 등 이 부회장이 담당했던 업무 상당수가 보류, 중단되고 있어 중장기 성장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중장기 투자 계획 수립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없어서 삼성전자에 문제가 생긴다면 정상적인 기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학계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없어도 페이스북역시 현 사업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전혀 다른 회사가 되 버릴 것"이라며 "그 결과와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먼 미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해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것처럼 이 부회장 역시 전문경영인과는 역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다른 전문경영인처럼 매일 출근해서 업무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 회장은 10~20년에 걸친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을 해왔고 이런 강력한 리더십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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