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하는 한국차]강성집행부도 못믿겠다…현대기아차 고질적 勞勞 갈등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거짓일정 유포중단하고 투쟁력을 노조로 집중해 달라""현장 혼란을 부추기는 내용은 자제하고 단결해나가자"회사측과 임단협 타결을 위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와 기아차지부(기아차노조) 집행부가 최근 조합원들에 알린 내용이다.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지목한 것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7대 임원선거(현재는 6대 임원)와 관련된 거짓 일정이 유포되면서 조합원 사이에서 동요가 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 들어선 현 집행부의 임기는 올해 만료되고 9월부터 새 집행부 선거 체제에 들어간다. 노조집행부는 "시기가 시기인지라 차기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단체교섭이 마무리되지 않고 진행 중이며 사측의 기만적인 임금요구안으로 현장은 분노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모든 투쟁력을 노조로 집중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기아차노조 집행부는 최대 3조원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 조합원 일각에서 비판이 나오자 "혼란을 부추기는 행동"이라고 공개 경고한 바 있다. 단초는 지난달 기아차 공장 현장에 뿌려진 한 현장조직의 홍보물이다. 홍보물은 1심 선고를 앞둔 통상임금을 두고 노조집행부가 권력연장을 위해 재판부와 야합하고 있으며 노조위원장과 노조측 변호인단이 조합원을 농락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집행부는 "언론을 앞세운 자본의 계획적인 공세가 국민과 사법부에 대한 협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현장의견그룹이 정책대안 제시보다는 아니면 말고 식의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어 "집행부에서 사안마다 바로잡으면 집행부와 현장의견그룹간의 갈등으로 매도되고 가만히 있으면 '왜 똑바로 안 알려줬나'하다보니 집행부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수 밖에 없다"면서 "(집행부 선거) 3개월 전에 후보까지 선출하는 일환으로 집행부에 대한 마타도어는 있을 수 있지만 사측과 한통속이라는 비판 등은 명예훼손"이라고도 주장했다. 2015년 말에 들어선 현대기아차노조의 현 집행부는 정치파업도 불사하지 않는 강성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정작 노조 일각으로부터는 조합원의 권익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이른바 노조내부의 갈등인 노노(勞勞 )갈등이다. 자동차업계는 현대기아차가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매년 파업을 벌이고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원인으로 사측의 잘못과 함께 노노갈등도 그 배경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노조는 현 노조위원장을 배출한 '금속연대'와 함께 '민주현장','현장노동자','민주투쟁위원회', '전직하는 혁신투쟁위원회' 등 7∼8개의 노동조직이 있다. 이들 조직은 2년마다 선출하는 노조위원장을 배출하기 위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조직은 과거 수 차례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안건을 요구하며 협상장을 봉쇄하는 등 협상을 방해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노사가 마련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가 파업을 거쳐 재협상 끝에 타결된 바 있다. 당시 부결의 가장 큰 이유는 노조 집행부에 맞선 현장노동조직들이 잠정합의 후 일제히 '집행부 흔들기'에 나서는 등 부결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차노조도 현 위원장이 강경파로 분류되는 '금속노동자의 힘'을 비롯해 '민주현장'등 7개 내외의 현장 조직이 있다. 자동차업계는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은 데에는 과중한 인건비 부담과 경직된 생산 대응체제가 근원적으로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1년 단위의 단체교섭 주기와 2년 단위의 짧은 노조위원장 임기, 노노간 선명성 경쟁 등도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시키는데 제약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독일, 일본은 노사협상 주기가 3~4년 단위다. 우광호 김앤장법률사무소 박사는 "교섭력 불균형과 노조문화에 따라 자동차산업 현장에서는 성실한 협의보다는 힘에 의한 투쟁과 관행화된 파업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간 교섭력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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