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꼬마선충 행동조절 유전인자 비밀 밝혀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 행동에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고 영국과 하와이에서 각각 발굴된 꼬마선충의 행동 변이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결과 파이RNA라고 불리는 꼬마RNA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이 확인됐다.[사진제공=서울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생명과학에서 행동을 조절하는 유전인자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꼬마선충을 대상으로 국내 연구팀이 최근 행동조절 유전자 진화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같은 꼬마선충이라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행동을 보였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열악한 환경에서 다우어라는 특수한 유충으로 발생해 몸을 세워 흔드는 일종의 웨이브 댄스와 유사한 행동을 보입니다. '닉테이션'이라 부르는 이 행동은 선충이 다른 동물에 히치하이킹해 새로운 서식처로 이동하는 것을 돕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준호 서울대 교수(교신저자)와 연구원인 이대한 박사(제1저자)는 17일 영국산 꼬마선충은 닉테이션 행동을 잘하는 반면 하와이산 꼬마선충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의 행동 차이에 대한 유전적 분석을 통해 꼬마 RNA(small RNA)의 한 종류인 파이RNA(piRNA)가 행동 변이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히치하이킹 행동 조절 유전자의 진화적 역할을 규명한 것입니다. 쥐며느리를 이용한 자연 서식처 모방 실험을 통해 닉테이션 행동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실제로 선충이 다른 동물을 이용해 히치하이킹 하는 능력을 결정함을 증명했습니다. 히치하이킹을 촉진하는 유전자는 생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준호 교수는 이번 논문의 주목할 부분으로 "행동 조절의 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자연 변이를 통해 최초로 발견했다는 점"이라며 "또한 기존에 생식세포에서 주로 작동한다고 알려진 piRNA 등이 종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7일자(논문명: The genetic basis of natural variation in a phoretic behavior)에 실렸습니다. 이 교수는 "행동 차이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생물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며 "예쁜꼬마선충의 히치하이킹 전략으로 알려진 닉테이션 행동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행동 차이를 파이RNA(piRNA)라는 꼬마 RNA가 조절한다는 새로운 기작을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에릭 앤더슨(Erik Anderson)교수 연구실과 긴밀한 협력 연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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