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한달 앞두고 靑 문건 공개, 시기와 형식 이례적…재판에 정치적 영향력, 가이드라인 논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를 한 달가량 앞두고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례적인 행보'가 오비이락(烏飛梨落)처럼 비치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청와대가 박근혜정부 문건을 확보한 뒤 공개한 시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메모) 300종가량을 지난 3일 발견했지만 그로부터 11일이 지난 14일에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 위원장이 현직 공정거래위원장 신분으로 이 부회장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날이다. 청와대는 오후 2시30분께 방송사 생중계를 부탁하며 '특별한 발표'를 예고했다. 공개 문건도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자필 메모' 등으로 폭발성이 큰 것이었다. 자필 메모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청와대는 삼성 경영권 관련 메모의 작성 시기를 2014년 8월로 추정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건강 문제로 쓰러진 지 3개월 지난 시점이다. 작성 주체와 배경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문건은 이미 예측불허의 파장을 촉발하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12일 정유라씨의 이 부회장 재판 증인 출석도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정씨는 변호인과 상의 없이 증인 출석을 강행한 뒤 최순실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어갔다. 특검 측의 회유를 통해 증언 내용이 오염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처럼 법정 안팎에서 석연치 않은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판부는 1심 선고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결심 기일을 8월2일로 예고한 상태다. 통상 1~2주 후에 선고기일이 잡히는 것을 고려하면 8월 중순께 이 부회장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 문건이 증거 능력을 갖추려면 작성자 파악 등 관련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 1심 재판에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은 1% 미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증거 채택과 무관하게 판사의 심증 형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1심 선고를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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