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또다른 시한폭탄 ‘전세버스’

차량내 블랙박스 역할하는 ‘디지털운행기록계’ 의무 장착 불구 잘 제출률 75.9%…시내버스·고속버스보다 떨어져

사진은 기사와 무관. 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준영 기자]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신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M5532)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 사고가 발생한 이후, 버스 기사들의 격무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버스 역시 도로 위를 달리는 또 다른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3일 교통안전공단과 업계에 따르면 전세버스의 ‘디지털운행기록계(DTG)’ 자료 제출률이 시내버스나 고속버스 등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DTG는 차량 내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 자동차의 속도, 주행거리, 차량속도, 교통사고 상황, 차량위치(GPS) 등을 자동으로 USB나 SD카드에 저장한다. 2012년부터 대형 사업용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돼 있다. 이번 광역버스 사망사고에서도 경찰 등이 DTG 자료를 분석해 운행시간과 운휴시간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독자제공=연합뉴스]

전세버스의 DTG 자료 제출률은 지난해 10월 기준 75.9%에 그친다. 전체 4만4450여대의 전세버스 중 3만3720여대만 DTG 자료를 제출했다. 나머지 1만대가 넘는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의 근로시간이나 휴식시간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셈이다. 반면 6만여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시내ㆍ시외버스 회사들의 DTG 자료 제출률은 100%에 가깝다.업계 관계자는 “전세버스 기사들이 관광버스회사 소속이긴 하지만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돼 있어서 회사 차원의 관리가 어려운 점이 있다”며 “영업을 위해 과로를 하는 운전기사들이 많아 항상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버스 사고는 한 번 났다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 7월17일 강원 평창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5중 추돌사고도 전세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친 대형 사고였다. 지난해 전세버스 교통사고는 170여건 정도 발생했다.대형 교통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DTG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 외국은 감독당국 조사원이 경찰과 함께 차량을 세워 DTG를 불시 점검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언제 어디서 DTG 조사를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회사와 운전기사들이 DTG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말했다.교통안전공단 관계자도 “DTG를 통해 사고율이 높은 회사와 낮은 회사를 구분할 수 있다”며 “사망사고가 나거나 사고 위험이 높은 회사들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련 자료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오는 18일부터 개정된 교통안전법에 따라 DTG를 활용해 버스ㆍ화물차 등 운전자의 휴식시간이나 연속근무시간 등 불법 운행에 대한 단속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버스 불법 구조변경이나 최고속도제한장치 해제(버스의 경우 110km/h) 등만 단속 해 왔다.지난 2월28일부터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버스 기사는 운행 종료 시각으로부터 8시간 이상이 지난 뒤에 운전대를 잡도록 했다. 또 4시간 연속 운전하면 반드시 30분을 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 위반을 하더라도 처벌이 경미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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