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의 개발성공 여부를 놓고 한미일이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신형미사일'로 평가하는 반면,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ICBM 개발에 필요한 재진입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끟미일 "북 ICBM 기술 이미 확보"=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에 대해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이라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신형미사일'로 평가하고 "북한 ICBM의 말단에 재진입체가 있다고 확인했으며,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도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4일 발사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며 "비행 고도, 거리에 입각해 보면 (정상 발사시) 최대 사거리가 5500㎞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미사일의 사거리가 3400마일(약 5440km)을 넘을 경우 ICBM으로 분류되는데 북한이 전날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은 지구 상공 2802km까지 도달한 후 933km를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미측은 북한이 4일 ICBM을 발사하는 순간 알래스카에 있는 탐지거리 3200㎞ 이상인 코브라 데인(COBRA DANE) 레이더, 탐지거리 4800㎞ 이상인 AN/FPS 레이더, 해상에서 활용하는 사거리 4000㎞ 이상 SBX 레이더 등이 실시간으로 가동된 것을 알려졌다. 일본도 아오모리(靑森)현과 교토(京都)부에 설치가 확인된 AN/TPY-2(탐지거리 1000㎞ 이상) 레이더 등에서 포착했다. 특히 일본은 북한이 지난 4일 오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일본 방위성이 사상 처음으로 미사일이 낙하하기 전에 발사 정보를 언론에 공개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끟우리 군 "ICBM 기술 아직 미흡"=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을 ICBM으로 사실상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 군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화성 14형에 대해 북한이 지난 5월 발사한 화성-12형(KN-17)을 2단체로 개량한 것으로 ICBM급 사거리 신형 탄도미사일로 평가하면서도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재진입 여부 미확인 등을 고려할 때 ICBM 개발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제한된다고 밝혔다.한민구 국방장관은 "ICBM이라면 사거리, 재진입, 유도조정, 단 분리 등에서 성공해야 한다"며 "사거리는 7000∼8000㎞로 평가했는데 나머지 재진입 기술이나 이런 것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끟기술 성패 가르는 요인은= 우리 군당국과 미일측에서 주장하는 ICBM 성공여부의 결정적인 요인은 단분리, 정밀유동조종기술, 탄두재진입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놓고 성공여부를 따져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영상에는 미사일 동체 곳곳에 카메라 4대를 설치해 단 분리 장면도 공개했다. 특히 추진체가 떨어져 나가는 장면에서 '1계단과 2계단 분리'라는 자막도 내보냈다. 이는 화성-14형이 2단계 추진체 미사일임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단 분리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북한은 이미 지난 2012년과 지난해 2월 은하 3호와 광명성호 단분리에 잇따라 성공하기도 했다.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까지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를 근거로 한 것이다. 또 지난 5월에는 북극성 2형을 발사하며 탄두 부분에 카메라까지 장착해 단 분리 기술을 과시한 바 있다.다음은 정밀유도조종장치(탄두기동)다. 북한은 지난 5월 23일 북극성-2형을 발사하면서 대기권에서 지구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면 북극성-2형은 방향을 여러 번 바꿨다. 탄두부가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에 목표에 명중할 수 있도록 자세를 조종하는 기술을 테스트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두기동이란 대기권 재돌입 또는 낙하 시 탄두에 달린 조종판이 기동해 요격을 회피하거나, 종말유도로 명중률을 높이는 기술을 뜻한다. 군당국은 북한이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KN-08 개량형 미사일에서 처음 탄두기동을 식별했다. 마지막으로 재진입체 기술이다.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 ICBM은 최고 고도 2802㎞까지 치솟아 사거리가 8000㎞ 이상으로 추정됐다. 고도 2000km까지만 올라가면 대기권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화성-14형' 은 대기권에 진입해 재진입을 한 셈이다. ICBM은 발사 뒤 외기권으로 나갔다가 대기권에 다시 진입할 때 엄청난 공기 마찰로 탄두부 온도가 7000∼8000℃까지 상승해 표면이 급속히 녹아들거나 폭발하게 된다. 북한이 지난해 3월 스커드미사일 엔진의 화염으로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을 했지만, 당시 온도는 1500∼1600℃ 정도로 추정돼 ICBM급에는 크게 못 미쳤다. 군은 이를 토대로 재진입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원격측정장비인 텔레메트리를 장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보펌 선임분석관은 "북한 화성-14형 탄두부에 달린 텔레메트리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 장치가 대기권 재진입후에도 각종 정보를 북측에 전송해준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재진입기술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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