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다우코닝 사태 나올까…집단소송제 도입 본격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비자 권리 향상을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피해구제 절차를 확충하자는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소송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한국소비자원 개원 30주년 기념식에서 "소비자의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소액·다수의 소비자 피해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분야는 증권 분야에 불과하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필요성은 국회를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제기됐다.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 시절부터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4년 9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소비자단체소송의 도입방안에 관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고, 2005년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기간 의원입법으로도 집단소송제를 담고 있는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여럿 제출됐다.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도 집단소송제 도입 검토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집단소송제 도입은 무산됐다.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다우코닝 사태다. 1960년 개발된 다우코닝의 실리콘 유방보형물의 유해성이 논란이 되자 1992년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다우코닝사는 42억5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의 합의금을 물어낸 후 1995년 파산한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한국에서도 다우코닝과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논리다. 특히 '소송의 남발'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소는 지난 1월 '집단소송제 확대도입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집단소송제는 본질적으로 남용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그 이상의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 도입이 반드시 소송 남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05년 증권 분야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때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투자자들이 증권집단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법이 도입된 지 12년만인 올해 1월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기반 삼아,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무산된 집단소송제 도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대기업들이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일방적 몰아붙이기식 추진은 쉽지 않다. 김 위원장도 청문회 답변서에서 "적용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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