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가동을 눈앞에 둔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공장은 15조원이 투입된 세계 최대 규모다. 기존 기흥과 화성사업장을 합한 규모다. 고용창출효과는 15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삼성전자가 직접 고용하는 인력은 어림잡아 3만명 내외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반도체 호황에 대비한 과감한 의사결정도 있지만 국내 투자 확대와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도 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반도체부문에만 2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삼성전자와 함께 양대 대규모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6만7000여명이 연간 93조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최근 고용과 매출 모두 해외사업장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견줘 롯데케미칼은 2857명이 연간 1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 1인당 매출액은 45억5000만원이다. 1인당 매출액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17억원)과 현대차(14억원)를 상회하는 것은 대규모 장치사업장의 특성상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6만7000명이 1인당 14억 매출… 케미칼은 2880명이 1인당 46억 매출이들 사업장 모두 중소기업 평균 1인당 매출액(1억원 내외)을 훨씬 상회한다. 중소기업 기준으로보면 수만 명을 더 채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시설투자가 대부분 자동화투자 확대에 집중되고 있고 불확실한 기업환경에 고임금 기조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근로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원한다고 해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부문의 양질의 일자리가 대기업에서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자산기준 상위 30대 그룹은 연간 100만개 일자리를 제공한다. 최근 수년간 투자는 매년 증가해왔지만 신규채용은 사실상 정체돼 '고용 없는 투자'가 고착화되고 있다.-대기업은 고용 없는 투자 고착화… 규제 완화 통한 고용창출 LCC가 대표적재계는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나오려면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투자 확대와 고용창출을 저해하는 규제를 풀고 수출과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가 진입 규제를 푼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국내외 여행수요를 창출해 항공사마다 수십, 수백여명의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500여명을 채용하고 올해도 이보다 많은 인력을 채용한다.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와 같은 수출기업 육성도 일자리확대에 시급하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제조업분야의 분석 대상 3418개사의 최근 10년간(2006~2015년) 취업자 수는 18만7000명(15.5%) 증가했다. 이 중 수출기업 취업자 수는 2006년 61만명에서 2015년 72만4000명으로 18.7% 증가해 같은 기간 내수기업 증가율(12.2%)을 상회했다. 수출기업의 상용직 취업자 수는 12만5000명 증가해 내수기업의 증가(6만5000명)를 크게 웃돌아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도 수출기업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 창출에 더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수준 역시 수출기업이 1인당 7800만원으로 내수기업(5900만원)의 1.3배 수준이었다.
-4차 혁명 리드하는 中은 규제 푸는데… 韓 서비스-수출기업 육성 미흡4차 산업혁명을 일자리창출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시급하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규제 완화로 드론과 핀테크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했고 2009년부터 원격의료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경쟁력은 있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정규직 과보호의 노동시장 개혁도 요구된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동조합원의 73%가 1000인 이상 기업에 속할 정도로 대기업 중심의 강성 노동운동이 이루어져왔다"면서 "이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임금상승을 유인했고 노동시장의 최대 문제인 임금격차 심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문병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수출기업이 고용, 생산성, 임금, 연구개발투자 등에서 내수기업에 앞서고 있음을 감안하여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지원을 통해 수출 활력은 물론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용유발효과가 큰 소비재ㆍ서비스 분야의 수출을 확대해 수출 증가가 국내 소비ㆍ투자 진작, 일자리 창출로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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