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이 쏘아올린 정유라… 헌정 사상 최대의 국기 문란 사건으로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유행가에서 저항가요로학생들 분노가 담긴 끝 없는 대자보이화여대 개교 131년 역사상 최초 직선제 총장 탄생최순실“정유라, 삼성 말 한 번 잘못 빌려 탔다가 완전히 병신됐다”“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이같은 발언은 ‘최순실 게이트’사건에 기름을 붇고도 충분했다. 헌정 사상 최대의 국기 문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시발점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일어났다. 정씨의 학점특혜 의혹이 불거진 당시 이대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논란부터 정씨의 한국 압송까지 돌아봤다. ◆최경희 전 총장, 교내에 경찰 1600여명 투입지난해 이화여자대학교는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을 강행하려던 최경희 전 총장과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간의 충돌로 시끄러웠다. 논란이 거세지자 최 전 총장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갔다.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자 최 전 총장은 7월31일, 학내에 경찰 1600여 명을 투입해 학생들의 점거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저항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이 뉴스는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로 퍼지면서 졸업생들까지 참여했고 결국 사업은 철회됐다. 이후 최 전 총장은 교내 공권력 투입에 대해 지난해 12월15일 최순실게이트 청문회 국조특위 4차 청문회에서 “시설물 및 문화재 보호 관련해 총무처장이 서대문경찰서에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것이 경찰에 병력 지원을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 전 총장은 이대 130년 역사상 첫 ‘중도 퇴진 총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했다. 이후 최 전 총장이 사퇴한 지 219일 만인 지난 26일,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이사회를 열고 김혜숙(61) 철학과 교수를 이화여대 제16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총장은 앞선 25일 밤늦게까지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유효 투표의 57.3%(548표)를 얻어 42.7%(409표)를 얻은 김은미 교수(국제학과)를 제치고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이화여대 개교 131년 역사상 최초로 교수와 교직원, 학생, 동창 등 2만4859명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치러졌다.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입학지원전략설명회에서 김혜숙 신임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총장은 정씨 특혜입학 논란 등이 불거졌을 때 교수 시위를 주도하는 등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맞섰던 인물로 공식업무를 시작하면서 “기쁜 마음보다 상당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지난해 여름부터 지나온 과정 안에서 저에 대한 어떤 신뢰와 기대가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의 항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는 과정에서 그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대 측의 특혜 의혹으로 번져나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금메달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 폭로…학점특혜 의혹 수면위로 정씨의 특혜 의혹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2016년 9월28일로 당시 야당 단독으로 열린 국회 교문위 국감은 이화여대가 최씨의 딸에게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대거 선정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11일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누리집에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며 사실상 정씨를 지목해 뽑으라고 했다”는 입시면접관의 폭로가 올라왔다. 이같은 의혹과 폭로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저나갔다. 이어 12일 ‘한겨레‘는 이대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정씨의 ‘학점특혜’ 의혹을 보도한다. 보도에 따르면 정씨의 수업은 중국 패션쇼에 참여하는 현장학습 수업이었는데, 정씨는 학생들과 따로 비즈니스석을 타고 보디가드를 동행한 채 움직였고 과제도 제출하지 않았다.
전북 원광고등학교 학생들의 대자보/사진=연합뉴스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대자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 입시면접관 폭로에 학생들은 대자보로 답했다. 총학생회는 '이화의 비리를 척결하고 총장해임을 촉구하는 암행어사' 실천단을 꾸려서 총장 및 이사회의 비리 해명, 총장에 대한 이사회의 해임을 요구하는 5362명의 서명을 받았고 같은해 17일 12시에 최순실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교내에 대자보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이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학문의 가치를 존중해야 할 대학의 총장이 오히려 공공의 가치를 훼손시켰다”며 “학내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총장 퇴진과 함께 비민주적 구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씨의 학점특혜 비판의 목소리는 어느새 이대 담벼락을 넘어 한국의 잘못된 구조를 비판했다. 그리고 이같은 비판의 목소리는 대기업, 공기업, 가리지 않고 한국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청와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유라 /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유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 지난해 12월 이른바 ‘비선실세의 몸통’이라 불리는 최씨가 독일에서 도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최씨는 10월30일 귀국한다. 이후 다음날인 31일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아 검찰에 출석하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증거 인멸 우려로 긴급 체포된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인 정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당시 한 매체는 정씨의 거처를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정씨는 체포된다. 이후 정씨는 '아들과 함께 있게만 해달라'며 귀국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곧 이를 철회했고, 3월17일 덴마크 검찰의 송환 결정에 불복 소송을 내는 등 법정 다툼을 이어간다. 하지만 정씨는 지난 24일, 144일 간의 구금 생활 끝에 송환을 거부하기 위한 항소를 철회하며 5개월 만에 강제 압송되기에 이른다.이같은 정씨의 항소 철회 배경에 대해 한 매체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국정농단 재수사를 천명한 만큼 강제송환을 앞두고 구치소 생활을 연장하는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순실
정씨는 31일 한국으로 송환되면 곧바로 검찰에 인계돼 조사를 받게 된다.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정씨가 받는 혐의는 ▲이화여대 입학ㆍ학사 비리 ▲삼성그룹이 제공한 승마 지원금 특혜 ▲재산해외 도피 등 크게 3가지다. ‘최순실 게이트’의 유력한 내부자인 정씨의 송환으로 국정농단 재판과 수사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해 자신의 딸 압송 소식을 들은 최씨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의 3차 공판에서 “유연이(정유라 씨의 개명 전 이름)는 삼성 말 한 번 잘못 빌려 탔다가 완전히 병신이 됐고 승마협회에서 쫓겨났다 애를 자꾸 죽이지 말라”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6122811123809550A">
</center>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