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두바이 사막 사파리의 추억

훌쩍 아라비아의 끝없는 모래펄로 내달리고 싶은 봄날에

많은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봄날에 겹치고 겹친 휴일. 이런 날에는 낯설고 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가고싶은 충동이 불쑥 일어나곤 합니다. 두바이의 모래펄을 춤추듯 달리는 사막사파리는 여행자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원시의 자유를 느끼며 우주에 대한 거대한 물음을 던져보기도 하는, 방랑의 끝같은 곳입니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연방 7개국 중의 하나이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관광강국이죠. 온천지가 사막인 곳에서 타이어 공기압을 최대한 뺀 SUV차량으로 사막의 속살을 헤집으며 꾸역꾸역 기어오르고 무중력 상태처럼 내다꽂히는 현기증과 스릴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롤러코스터 투어. 아마도 귓바퀴 속의 세반고리관 쯤에 남았을 추억입니다. 사파리 이후의 캠프장의 추억은 덤입니다. 낙타를 타기도 하고 문신하는 여인에게서 어깨에 전갈문신을 새기기도 합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는 무희들이 등장해 그들 특유의 춤을 선보입니다.

카드에 나오는 황지우의 시는 '뼈 아픈 후회'라는 작품입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채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이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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