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또는 종료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정부가 공식채널을 통한 확인에 나섰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 배경 등 구체적인 사항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 관련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면서 "발언 취지와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이어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 온 만큼, 앞으로도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미 FTA의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미국 측에 설명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horrible) 협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미 FTA를 대선 경쟁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책임으로 돌리며 "한미 FTA는 힐러리가 만든,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다. 재협상하거나 종료(terminate)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이는 앞서 한국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재검토(review) 및 개정(reform)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간 발언이다. 당시 펜스 부통령은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미국의 무역 적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이것은 아픈 사실(hard truth)"이라고 말한 바 있다.미국이 한미 FTA에 맹공을 펼치는 까닭은 단연 무역적자 때문이다.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116억4000만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6년 232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미국 상무부가 추정한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대한국 무역적자)는 277억달러 수준으로 더욱 높다. 특히 협상 0순위로 거론되는 한국의 승용차 무역흑자는 2011년 83억 달러에서 2015년 2배 가까이 되는 163억 달러로 증가했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FTA 이행법에 따라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미국이 상식적 수준을 뛰어넘는 규모의 관세율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과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이 쇠고기와 오렌지, 쌀, 녹두 등에 대한 협정세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원산지 검증 원활화와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개정된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합작 법인에 참여하는 외국 로펌의 지분율과 의결권은 49%로 제한돼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미국측의 지적이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재협상시 2021년까지 총 수출 손실이 269억달러, 일자리 손실이 24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양허정지로 특혜관세의 효력이 종료될 경우 자동차산업에서 우리가 입게 될 수출 손실만 133억달러로 추산된다. 기계 47억달러, 정보통신기술(ICT) 30억달러, 석유화학 18억달러, 철강 12억달러, 가전 11억달러 등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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