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선수' 트럼프…韓 경제 외줄타기 더 아찔

美 새정부 3개월…사그라들지 않는 불안감한국산 수출품에 반덤핑 관세 조사·한미 FTA 개선 검토 등 압박환율조작국 위기 넘겼지만…행동 지변엔 '美 우선주의' 여전전문가들 "맞춤형 협력방안 마련·통상정보 수집 대응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미국 상무부는 18일(현지시간) 한국 등 10개국이 수출한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수출품에 반덤핑 관세 조사를 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르다우 아메리스틸 US 등 미국 철강업체 4곳은 한국 업체의 덤핑 수출로 피해를 봤다며 33.96∼43.25%의 덤핑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지난 17일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선(reform)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미국의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reviewing)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FTA 재협상 요구는 아니라는 해석이지만 무역적자 개선이라는 미국의 굳은 의지를 재확인하는 발언이었다.현지시간으로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을 맞는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 보호무역주의 정책에서 다소 힘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외줄타기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엄포에 가까웠던 자신의 공약에 대해 '말 뒤집기(flip-flop)'를 반복하거나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현실 정치와 타협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리아 폭격이나 러시아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감안하면 국정운영에 불안요소는 더욱 커졌다.우리는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큰 산을 넘긴 했지만 FTA 개정 요구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통상분쟁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만은 없다. 북핵 사태로 인해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타격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보인 일련의 행보에 대해 예측이 불가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6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얼마나 많이 어겼는지를 따라잡기도 힘들다”며 “미국의 잠재적인 동맹과 적까지도 깊이 불안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 “중국은 환율 조작의 세계 챔피언이다”라고 공언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역시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위기를 넘기면서 4월 위기설은 사그라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 바꾸기 사례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6월 말까지 무역적자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우리와 중국 등에 대한 통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10월에 발표되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검토하는 등 무역 제재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미·중 통상 분쟁은 우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한국 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무역 제재로 중국의 대(對) 미국 수출이 10% 줄어들 경우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0.3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트럼프의 행동 저변에 깔린 '미국 우선주의'는 여전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한미 FTA를 개정하겠다며 압박해오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자동차는 물론 소고기 등 농축산물과 서비스 등 분야에서도 추가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아직까지 유효한 공약들도 살얼음판에 놓여 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추진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방위비 분담을 놓고 한국 정부를 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이란과 핵협상 폐기 가능성은 높아졌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 합의'를 실패로 규정하며 재검토를 거쳐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원 대국인 러시아, 이란과의 갈등이 심화되면 국제유가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주변국들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전문가들은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트럼프 정책 맞춤형으로 한미 경제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며 “내수 활성화 정책과 수출선 다변화, 통상 정보 수집 등 내부적인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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