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빚이 1400조인데 공무원 더 뽑아도 되나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크게 늘면서 전체부채 증가, 아직 손못대고 있는 군인연금 개혁 불가피

나라빚이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을 돌파했다. 공무원, 군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때문에 빚이 크게 증가했다. 이 와중에 일부 대선주자들은 당선되면 공무원을 더 뽑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433조1000억원으로 2015년보다 138조9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늘어난 국가부채에서 3분의2(92조7000억원)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다. 이는 지금 당장 지출할 필요는 없지만 미래에 퇴직할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빚이다. 공무원과 군인이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는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금 충당부채가 전부 빚은 아니다. 그래도 충당부채를 추산하는 이유는 공무원, 군인 연금이 모자라면 국가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무원 연금에 2조2189억원, 군인연금에 1조3665억원이 부족해 세금이 투입됐다. 퇴직하는 공무원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세금 투입규모는 매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늘어나는 부채로 인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는 2015년 일부 퇴직자의 연금 수령액을 동결하고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는 등 공무원연금을 개혁했다. 그 결과 2015년에는 충당부채가 16조3000억원만 늘어나 증가세가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충당부채가 약 92조원이나 다시 늘어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처럼 충당부채가 갑자기 다시 늘어난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저금리 때문이라고 했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하게 돼 부채의 현재가치가 커지게 된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공무원과 군인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충당부채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2015년 127만4000명이던 공무원·군인 재직자는 1년 사이 1만5000명 증가했다. 그사이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도 51만5000명에서 54만3000명으로 3만명 가까이 늘었다. 공무원·군인 연금의 국가재정 부담이 늘자 다시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한번 칼을 댄 공무원 연금 보다 이번에는 군인 연금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군인연금 충당부채는 약 152조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전체 국가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었다. 군인연금은 이미 1973년부터 고갈이 시작돼 3대 직역연금 가운데 가장 먼저 혈세가 되기도 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졌을 때만 해도 정부와 정치권은 다음 개혁 대상으로 군인연금을 지목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나라가 혼란스럽고 대선 국면까지 이어지면서 논의가 실종된 상황이다.

국방부 청사

◆문재인, 심상정 등 대선후보들 공공기관 일자리 늘리겠다는 공약 내세워 이런 와중에 대선후보들은 공무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 아닌지 우려스런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새로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경찰, 소방관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보육, 의료, 복지 등 공공서비스 일자리 34만개, 공공부문 직접고용 전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30만개를 만들 계획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 역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심 후보는 공공부문 50만개를 창출하고, 300인 이상 중견기업에 청년고용 의무할당제 5%를 적용해 상시일자리 36만4000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주요 대선후보들의 이같은 일자리 창출 방식은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결국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만개 만들 수 있다며 재정운용의 우선순위 문제일 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같은 반박에도 제대로 된 연금 개혁 없이 공무원이나 군인 숫자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 숫자는 매년 늘어나 최근 100만명을 돌파한 상황인데 여기에 공공부문 일자리 수 십 만개를 추가적으로 만든다면 국가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쉽게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군인이나 공무원연금의 특수성 때문에 개혁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가 채무 건전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커지기 전에 개혁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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