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대우조선]문전박대 각오한 '캐리어부대'…'그래도 읍소해야죠'

2인 1조 65개팀 전국 각지 파견…3주간 채무재조정 부탁 설득 작전 캐리어 끌고 지도앱 깔고 강행군 "회사 운명 걸린 일, 욕 먹어도 빌어야죠" 최대 하루 5명…3000여명과 2~3회 접촉 계획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27일 정오 대우조선해양 서울 다동 사옥에 앞에 관광버스 두 대가 섰다. 버스를 타고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올라온 부ㆍ차장 90명이 우르르 내렸다. 이들은 한손에 옷가지와 생필품을 바리바리 싼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세미나장으로 올라갔다. '캐리어 부대'의 임무는 앞으로 3주 간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는 것. 채무 재조정을 부탁하고 "회사를 살려달라"고 읍소해야 한다. 교육 담당 직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은 여러분들 손에 달려있다"며 "문전박대를 당할 처지에 놓이더라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최대한 공손하게, 되도록 존중하며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28일부터 전국으로 흩어져 개인투자자들을 찾아나서는 대우조선 차장과 부장들은 2인1조로 팀을 이뤘다. 주로 연고지 중심으로 조를 짰다. 전날 상경한 옥포 조선소 직원들의 고향은 주로 서울ㆍ경기도권이다. 서울 다동 사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도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제주 등에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지방으로 내려갔다. 총 65팀이 최대 하루에 5명까지 찾아갈 계획이다. 그래야 다음달 17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 전까지 약 3000명으로 추정되는 투자자들과 2~3번은 접촉할 수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 수혈을 받기로 했다. 1조35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의 출자 전환과 만기 연장 등 채무 조정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회사채는 3500억원에 이른다. 캐리어 부대에 대우조선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경북 지역을 담당한 직원은 "억대 금액을 투자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누가 손해 볼 것을 뻔히 알면서도 50% 출자전환, 나머지 50%는 3년 만기연장 해달라는 데 순순히 동의해주겠냐"며 "욕을 먹더라도 몇 번이고 찾아가 사정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실전 대응이 중요하다. 개인 투자자들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서울 지역을 맡은 부장은 오늘 만날 개인 투자자들의 위치를 고려해 동선을 짜고 핸드폰에 지도 애플리케이션도 깔았다. 그는 "밥을 대접해야하나, 술을 사야하나 고민 하다가도 그 분들도 나중에 빚 갚겠다는 우리랑 마주 앉으면 먹을 게 목에 넘어가겠나"라고 토로하며 "오늘은 처음 찾아가는 자리이니 비타민 음료만 챙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채무 재조정에 성공한 현대상선에 연락해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이번 임무에 투입된 직원 총 200명 중 현장을 챙기는 130명 외 나머지 70여명은 채무 재조정 관련 콜센터 응대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과거 경영진의 잘못으로 어려워졌지만 직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생각으로 개인투자자들 찾아 뵐 계획"이라며 "3주 안에 정상운영이냐 법정관리냐 회사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개인투자자들 설득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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