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문명고 연구학교 효력정지 신청 인용"학생 학습권·교육권 침해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국정교과서 사용 중·고교 '0곳'…사실상 '폐기' 수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법원이 연구학교 지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이 교과서로 수업하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고, 연구학교를 통해 교과서를 명목상으로라도 사용하려던 교육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해당 교육청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지만 소송 기간 등을 고려하면 국정교과서 사용은 사실상 차기 정부의 손으로 넘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7일 대구지방법원은 경북 경산 문명고 학부모들이 경북교육청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효력정지(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같은 결정의 주요 근거로는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 시기가 2018년으로 늦춰졌고, 국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여부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문명고 학생들이 보게 될 피해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법원은 또 "문명고 1학년 학생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고, 학부모들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과 학부모가 국정 역사교과서로 인해 학습권과 자녀 교육권이 침해당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이에 따라 문명고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정교과서로 역사 수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문명고가 전국 유일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였던 만큼 국정교과서를 수업에서 주교재로 사용할 학교는 단 한 곳도 없게 된 셈이다.학부모와 역사·시민단체, 야당 등은 법원의 결정에 크게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 특별위원회는 "법원이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사실상 폐기 선언을 했다"고 평가했다. 유은혜 위원장은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을 명시한 시행령과 고시를 수정하고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역사교과서 제작 과정도 중단해야 한다"며 "나아가 국정 역사교과서 보급 및 홍보와 관련해 단 1원이라도 추가적인 예산 사용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사법부가 행정부의 권력 남용과 자의적 행사에 제종을 걸었다"며 "국정교과서 철회는 박근혜 탄핵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고시를 철회하고,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법원의 결정이 국정교과서 문제를 마무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한 교육계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정부가 이어가기 위해 연구학교 지정이나 보조교재 활용이라는 고육책까지 내놓았지만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이제는 법원까지 이를 거부했다"며 "최소 44억원의 사업비를 들인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이 펼쳐보지도 못한 채 참고자료로만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반면 경북교육청은 법원의 결정에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활용의 취지와 목적을 충분히 설명해 문명고가 연구학교로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교육부 역시 "사법부의 판단과 경북교육청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국·검정 혼용으로 교재 선택의 다양성이 보장돼 있고 학교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결정된 연구학교 운영 효력이 정지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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