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기자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고. (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교복을 벗고 과잠바(대학교 학과 점퍼)를 입는다. 전국의 대학들이 일제히 새 학기를 맞으면서 대학가와 거리 곳곳에서 과잠바를 입은 대학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과잠바는 2000년대 들어 유행하기 시작했다. 소위 명문대로 불리는 ‘스카이(SKY)’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학생들이 하나둘 과잠바를 입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서울권 대부분 대학과 지방대 학생들에게까지 과잠바가 퍼졌다. 한동안 과잠바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으나 이제는 하나의 ‘대학생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고등학생이나 수험생에겐 과잠바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대학생들은 과잠바를 입는 이유로 편리성, 소속감, 애교심(愛校心) 등을 꼽는다. 16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조모(22·여·서울교대)씨는 “과잠바는 입기 편하고 무난해서 좋다”며 “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들게 해 자주 입는다”고 말했다. 서울의 모 여대에 다니는 박모(21·서울 강남구)씨는 “과잠바를 입으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그런데 한 번만 비틀어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잠바엔 학생의 개인정보가 한가득 담겨 있다. 과잠바만으로도 대학, 학과, 학번, 이름(또는 이니셜)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과잠바 등판에는 대학과 학과 이름이 보통 영어로 써 있다. 오른쪽 팔엔 학번이, 오른쪽 또는 왼쪽 소매 부근엔 이름 또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과잠바로 직업이 대학생이라는 것과 대략의 나이도 유추를 할 수 있다. 또 어느 대학의 과잠바인지 알면 과잠바 입은 대학생의 주 활동 반경까지 예측할 수 있다. 사실상 개인정보를 밖에 드러내 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셈이다.이화여대 의예과 16학번인 조모(21)씨는 남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캠퍼스 안에서만 과잠바를 입는다. 조씨는 “과잠바에 있는 학번을 보면 나이를 유추할 수 있고, 학교와 학과 이름까지 남들에게 알려지는 게 부담이 돼서 학교에서만 과잠바를 입는다”고 말했다.누구나 개인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개하는 시대에 과잠바에 적혀 있는 몇 가지 개인정보가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잠바로 파악할 수 있는 개인정보로 인해 누군가가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는 과잠바를 입은 대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범죄를 저질렀다는 경찰의 발표나 언론 보도는 없다. 그러나 과잠바에 노출돼 있는 개인정보가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