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6일 “비소구(책임한정)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겠다”고 금융 공약을 밝힌 것과 관련해 금융권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비소구주택담보대출이 본격 도입될 경우 지난해 6개월간 시범시행 당시 제기된 실효성·도덕적 해이 논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소구주택담보대출은 유한책임 대출이라고도 불린다. 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져도 대출자는 집만 반납하면 추가로 남은 빚을 갚지 않고 은행이 일정 손실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총 2억원을 대출 받아 3억원의 집을 샀을 경우 주택 가격이 2억원 이하로 떨어져도 대출자는 집만 반납하면 된다.반면, 현행 제도는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했다가 돈을 갚지 못하면 경매로 집이 처분된 이후에도 나머지 빚을 갚을 때까지 가압류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집이 없는 상황에서 생활비까지 은행에 묶이는 절망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담보로 잡힌 집만 가압류 되면 나머지 빚은 갚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상품이 비소구주택담보대출이다. 비소구주택담보대출은 2015년 12월부터 서민지원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 이용자 가운데 부부합산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의 가구를 대상으로 6개월간 시범 운영됐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 기간 동안 집행 된 유한책임 대출은 2811건, 금액으로는 2369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디딤돌 대출 1만1305건의 25%에 그치는 수준이다. 1인당 대출액은 8400만원 수준으로 서울 평균 주택값(4억6700만원)의 5분의 1, 지방 주택값(1억6600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연소득 6000만원 이하면 이용할 수 있는 일반 디딤돌 대출보다 가입 조건(연소득 3000만원 이하)도 까다로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은행들은 확대 시행을 꺼리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은 비소구대출을 도입해도 은행들이 부실 리스크에 대비해 금리를 올리면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출자의 전략적 파산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소구대출 확대를 꺼리고 있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금융권 관계자는 “비소구대출은 은행권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금융위와 은행도 취약 계층 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해도 도입을 꺼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금융권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사의 책임성 강화 등을 비소구대출의 장점으로 꼽는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주택 가격이 폭락했으나 비소구대출 덕분에 미국 경제 회복이 빨랐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박춘성 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주택가격이 떨어져도 가계의 소비여력이 유지되고, 금융사도 여신심사를 강화하게 된다”며 비소구 대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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