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18년차 금융 컨설턴트가 전하는 일·가정 양립 노하우

EY한영 컨설팅 부문 유일한 여성 임원 봉선영 파트너
'10년치 '선택과 집중' 미리미리 준비를'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직장과 가정에서 둘 다 잘하는 것? 당연히 어렵죠. 그래서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게 계획입니다. 짧게는 하루, 일주일, 한달에서부터 1년, 10년, 그 이후까지…시기에 따라 직장, 가정 둘 가운데 어떤 것에 집중하고 포기할지를 미리 예상하고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 대응한다면 경력단절의 길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봉선영(사진) EY한영회계법인 금융사업본부 파트너는 세 딸을 두고 있는 엄마이자, 직장 내에서는 유일한 어드바이저리(컨설팅) 부문 여성 임원이다. 18년간 금융 컨설팅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권 고객사를 상대로 변화하는 제도, 규제 환경에 따른 대응방안을 조언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권이 각종 환경 변화 속에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업무다. 봉 파트너는 "회계사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자격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컨설팅ㆍ회계업계에 여성 회계사는 많지만 여성 컨설턴트는 적다"며 "'조언자' 역할이라는 특성상 상대방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고,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밤샘 업무를 밥먹듯이 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여성이 버티고 임원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봉 파트너가 가장 핵심으로 꼽고 있는 직장ㆍ가정 양립 노하우는 철저한 계획 관리다. 그는 "예컨대 1년 중 가장 많이 일에 집중해야 할 시기를 파악하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공백이 생겨도 커버할 수 있는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 업무에 올인한다"며 "반대로 아이가 학교나 유치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엄마의 손이 필요한 시기에는 과감하게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가정을 먼저 챙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경력단절을 선택하는 데에는 이런 계획 관리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이 충돌하기 때문"이라며 "계획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충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봉 파트너는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18년간 금융권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힘들었던 고비도 여러 번 있었다고 털어놨다. 100억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나 고객사와 2~3년 장기간 협업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고객사 중 일부는 컨설턴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소통에 불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대형 프로젝트를 믿고 맡겨도 될까?' '장기간 협업해야 하는데 중간에 그만두면 어쩌지?'라는 여성에 대한 선입관과 함께 '여성 보다는 같은 남성이랑 대화하는 게 편한데…'라고 생각하는 고객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실력으로 평가하기 전에 여성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는 고객사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했다"고 전했다.봉 파트너는 "고객사에게 조언을 하려면 나부터 편한 소통 상대가 돼야 하기 때문에 신뢰를 주기 위해 걸음걸이에서부터 옷차림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자기관리를 했다"며 "실력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선입관을 깰 수 있도록 남성과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내 '맏언니' 답게 봉 파트너는 고객사 대상 컨설팅 뿐 아니라 사내 워킹맘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봉 파트너는 "직장을 포기하려는 후배들을 보면 지금 당장의 어려움만 보고 결정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최대한 그 어려움을 해결해 주려 노력하는 게 맏언니의 역할"이라고 자부심도 드러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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