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에 전략 수정 불가피
탄핵심판 영향 촉각[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명간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다음 주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이라는 변수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박근혜 대통령 측 관계자는 1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대면조사가 열릴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이번 주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특검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오늘 진행하나'는 질문에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주말에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지 않다"고 말해 다음 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당초 박 대통령 측은 이번 주 중 대면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직접 특검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다 특검의 수사시한이 다가오면서 이번 주가 적정한 시점으로 판단했다. 이를 위해 특검팀과 접촉을 시작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대면조사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사유가 뇌물공여 등 박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서 대응전략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박 대통령 측은 그동안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박 대통령 탄핵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왔다.최근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변호사는 전날 14차 변론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이 부회장의 주된 범죄사실은 뇌물죄였는데 영장기각 사유를 보면 사실관계도 부족하고 법리상으로도 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이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대가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말(馬)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다.하지만 바로 다음날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발언은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말았다.박 대통령 측은 당분간 이 부회장 혐의와 박 대통령이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과 삼성 경영권 승계는 대가 관계가 없다"며 "죄가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재판 과정을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는 통화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됐지만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청구 등의 방법으로 풀려나올 수 있다"면서 "법리적으로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특히 이 부회장 구속으로 자신감을 얻은 특검이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소위 '경제공동체 관계'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면조사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가 이 부분에 대한 대응논리를 보강하는데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박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와는 별개로 탄핵심판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법리적인 측면 보다는 탄핵 찬성 여론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한 관계자는 "탄핵심판은 헌법위반 여부를 따지는 절차인 만큼 이 부회장 구속과 탄핵심판은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여론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고민"이라고 말했다.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오늘 중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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