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안희정 편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캡처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위기 상황에서 리더에겐 빠른 대처를 위한 순발력, 여러 입장을 다독이는 유연성, 쉬지 않고 일에 집중하는 지구력이 요구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최근 이를 검증할 기회를 가졌다.SBS의 인터뷰 프로그램 '숏터뷰'를 통해서다. 장난끼 가득한 개그맨 양세형이 진행하는 '숏터뷰'는 그동안 표창원, 이재명 등 여러 야권 인사를 인터뷰했다. 짧은 인터뷰 속에 숨은 안 지사의 이미지 전략을 파헤쳐본다.인터뷰 초반 안희정 지사는 대본 없이 진행하겠다는 말에 "각본 안 볼테니 알아서들 하세요"라고 답한다. 돌발상황 대처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이에 응답하듯 '숏터뷰' 제작진은 안 지사의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상황 대처 능력을 여러 해괴한(?) 방식으로 검증했다.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안희정 편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캡처
첫 검증은 체력. 양세형은 등장하자마자 안지사의 품에 폴짝 뛰어오르더니 한동안 그에게 안겨서 질문을 던진다. 안지사는 67kg(2016년 10월 무한도전에서 측정한 몸무게)의 사내를 들고선 한동안 답변을 했다. "12년간 학교를 다니면 도움되는 것들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끈기가 는다"라고 한 게 플러스 요인이다. 막판에 힘이 달려 양세형을 내려놓긴 했지만 체력적인 면에서 무리가 없는 사람임을 증명한 셈이다.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안희정 편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캡처
다음은 인물관 검증을 위한 이상형 월드컵. 안 지사는 양세형이 제시한 두 명 중 누구를 더 선호하는지를 선택했다. 처음 제시된 선택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그는 "국민들이 탄핵소추하신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할 순 없으니…"라며 이 전 대통령을 뽑았다. 이후 그는 차례로 반기문, 손학규, 유승민, 설현, 장윤정 순으로 선택해 간다. 특히 그는 선택지 중 문재인, 이재명 두 후보 보다 가수 장윤정을 선택했다. 경선에서만큼은 라이벌이자 동지인 이들에 대해 확실히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안희정 편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캡처
다음은 돌발상황에서의 유연한 대응을 알아보는 코너다. 양세형이 질문 후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의 입에 상추쌈을 싸먹이자, 그는 양세형의 입에 똑같이 쌈을 넣는 애드립을 선보인다.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제작진과 보좌진의 박장대소가 이어지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능글대는 모습이다. 그는 인터뷰 중간 자신의 정견을 홍보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어떤 경우든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거나 문화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탄압받거나 정치적으로 하루아침에 구박당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숏터뷰 - 안희정 편'은 정치인들의 대중 매체를 이용하는 새로운 포맷을 보여줬다는 의의가 있다. 비록 사전에 짜여진 극본이 아예 없었다곤 할 수 없으나 안 지사의 돌발 상황 대응력과 재치있는 언변은 시청자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프로그램의 특성을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이를 홍보수단으로 택했던 보좌진들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안 지사가 출연한 숏터뷰가 온라인과 지상파를 통해 방송됐던 지난 설 연휴 이후 그의 지지율은 전체 대선 후보 중 2위로 치솟았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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