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전경련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왼쪽 두번째)와 허창수 회장(왼쪽 첫번째), 박희태 국회의장,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
-삼성發 탈퇴러시…4대그룹 이탈쇼크 -운명의 시계는 2월 뿐…차기회장 물색이 최대변수-"고강도 쇄신안 후 재탄생" vs "이대로 와해" 갈림길 -미증유의 위기…2011년 50주년 환골탈태 타이밍 놓쳐[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삼성전자가 6일 탈퇴원 제출을 공식 발표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실상 존립보다는 폐지쪽으로 무게가 옮겨겼다. 삼성전자에 앞서 LG가 공식적으로 탈퇴를 선언했고 SK도 탈퇴서만 제출 안했을 뿐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고 회비납부도 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탈퇴는 고민하되 전경련 활동은 당분간 안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을 설립한 주축인 4대 그룹 모두가 전경련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일부 회원사와 공공,금융기관들이 이미 탈퇴 대열에 합류했지만 전경련으로서는 4대 그룹의 탈퇴가 갖는 의미는 전경련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경련 56년 역사상 위기가 있어왔지만 이번과 같은 위기는 전경련도 처음 겪는 것이다. 전경련 운명의 시계는 2월 한달까지만 작동된다. 허창수 현 회장이 이달말 예정된 정기총회를 앞두고 더이상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 의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경련 살림을 도맡으면서 이번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이승철 상근부회장도 사퇴한다. 전경련은 앞날은 사실상 두 가지 밖에 없다. 현 회장 또는 차기 회장의 주도하에서 해체하는 방안과 환골탈태 수준의 고강도 쇄신을 통해 새로운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방안 두 가지다. 두 방안 모두 허창수 회장이 맡아서 할 수는없다. 허 회장은 작년 말 전경련 회원사에 보낸 서신에서 "정기총회까지 여러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보태고 저는 회장직을 물러날 것이며, 전경련을 이끌어주실 새로운 회장님을 모시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경련이 쇄신안 마련을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는 주요 그룹이 모두 불참해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허 회장은 현재 후임 회장을 물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전경련 회장은 오너가에서 회장을 맡아온 게 관례였지만 유창순 전 회장(관료), 손길승 전 회장(전문경영인) 등과 같이 외부 출신에도 간혹 개방했다. 전경련은 과거에도 오너가에서 후임자를 물색하려 했지만 모두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허 회장인 2011년 이후 계속 연임할 수 밖에 없다. 회장단 소속 외의 오너가에서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자원자가 나선다고 해도 재계를 상징한다는 점 때문에 그룹규모와 오너가 직계·방계여부 등에서 여러 모로 제약요인이 있다. 외부에서 찾는다면 전문경영인 출신 원로기업인이나 거시와 실물경제출신의 관료출신이 대안으로 부상한다. 기업과 무관한 명망가도 전경련에서는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비판을 받은데다 탄핵정국과 조기개선 과정에서 해체요구가 커지고 있어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경련 내부에서 생각하는 방향은 차기 회장 주도의 재탄생이다. 차기 회장이 정기총회에서 선출되면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인적 개편에 나서면서 장단기 로드맵을 통해 전경련을 친목중심의 경제단체 또는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중심으로 개편하다는 구상이다. 연간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온 4대 그룹의 이탈로 전경련과 한경연 등에서는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전경련이 여러 차례 쇄신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한다. 가장 최근인 2011년에도 전경련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환골탈태를 추진키로 했었다. 전경련은 당시 재계 내부로부터 동반성장, 초과이익공유제 등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재계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정병철 상근부회장과 이승철 전무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까지 더해져 전경련의 내우외환은 점점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허창수 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청회에서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벤치마킹을 검토하겠다며 전경련의 발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나서도 전경련은 변한것은 없었고 오히려 역주행하면서 회원사로부터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탈퇴까지 이르게 됐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