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이 전기차 연구소 설립을 타진하는 것은 계열사별로 생산 중인 각종 부품을 한 데 묶어 점검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라는 산업의 특성상 여러 가지 가혹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부품별 테스트만으로는 효과적인 결과물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6일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가전과 달리 자동차는 사람의 목숨과 연관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혹조건 테스트를 훨씬 꼼꼼하게 한다"며 "완성차에서 어떻게 가동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장부품 업체들도 완성차에 제품을 탑재해 테스트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의 통신모듈ㆍ카메라모듈ㆍ차량용 반도체 등이 운행 중에 제대로 가동되는지 여러 조건을 통해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다. ◆계열사간 협업에 '하만 효과' 기대 = 현재 삼성그룹에서 전장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계열사들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이다. 삼성전자에서는 비메모리반도체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차량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 차량용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으며 메모리반도체도 다양한 완성차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기에서는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카메라모듈을,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전장사업과 전기차의 개념은 조금 다르지만 모두 미래형 자동차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미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세계로 납품하고 있다.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충전과 안정성인 만큼, 전기차연구소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하만 효과'다. 올해 상반기 중 9조원을 들여 세계 1위 전장부품업체인 하만의 인수를 마무리하면 여기서 개발하는 제품들도 연구소에서 테스트가 이뤄질 수 있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전장부품업체이지만 연구소에서는 삼성 계열사들의 전장부품들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테스트한다. 하만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지난해 매출은 69억1000달러(약 7조8660억원)였다. 앞으로 삼성은 전기차연구소에서는 물리적인 제품 테스트에 집중하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대해 집중 연구한다. 현재 종기원 내에서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팀이 꾸려져 이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은 "종기원 내에서는 자율주행에 대해서만 담당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전장사업 매출 4조 돌파 관측 = 삼성과 전장사업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일 LG 역시 전기차연구소를 통해 각 계열사의 부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인천 청라를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청라 서부산업단지 내에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친환경 전기차용 구동모터, 인버터와 자동차 공조부품의 연구 및 시제품을 제작하는 핵심기지인 'LG전자 인천캠퍼스'가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LG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VC사업본부의 연구인력 일부를 마곡 사이언스파크 단지 내로 이동시켜 LG디스플레이, LG전자 타 사업부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2013년 7월 VC사업본부를 신설한 LG전자는 올해 중 VC사업본부에서 분기 매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VC사업부도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매출은 40% 이상 증가한 약 4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VC 부문 매출이 연간 2조7731억원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44.2% 이상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처럼 삼성과 LG가 전장부품 생산라인 뿐 아니라 연구소에도 투자를 단행하는 것으로 앞으로 전장부품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5년 2390억달러 수준이던 전장사업은 2020년에는 3033억달러 수준으로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형 자동차가 현실이 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안정성 테스트 등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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