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이후 1월 자금 순유출액 최대…코스닥 1월 효과·경제 민주화 법안으로 코스닥·지주사·배당주펀드에는 돈 몰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연초부터 뭉칫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단기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인데 이 같은 '자금 엑소더스' 속에서도 코스닥, 지주회사,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거꾸로 돈이 몰리는 흐름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올 들어 1월 한달간 1조972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상장지수펀드 제외한 공ㆍ사모 합계 기준). 이는 같은 기간으로 비교하면 2012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 순유출액은 총 6조8297억원으로 한달 평균 5691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해 월 평균 유출액의 두 배에 가까운 자금이 순유출되며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공모형 기준으로는 올해 첫거래일인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20거래일째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 감소분은 올 들어 자금 순유출액의 두 배에 달하는 2조603억원으로 집계됐다(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은 코스피가 연초 2080선까지 오르자 투자자들이 박스권 내 단기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9일 2026.46이었던 코스피는 지난 1일 기준 2080.48로 2.66% 상승했다. 코스피가 몇년째 박스권 안에서 움직이면서 국내 주식형펀드는 코스피가 1900선 안팎일 때 자금이 들어오고 2100선 내외일 때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여전히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도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한달동안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코스닥, 지주사,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올 들어 170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KB스타코스닥150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파생형)(운용)'이다.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스닥 성장주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 코스닥 중소형주가 크게 부진했던 만큼 올해 반등할 가능성이 있고, 연초에 중소형주가 상승하는 '1월 효과'를 기대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사나 지배구조 관련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국내 상장 지주사와 그룹 핵심 계열사에 투자하는 '하이지주회사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에는 연초후 150억원이 몰렸다.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위한 인적분할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회에 다양한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이 발의돼 삼성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의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밖에도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베어링고배당플러스증권투자신탁(주식)' 펀드에 135억원,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연금저축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혼합)' 펀드에 61억원이 몰리는 등 배당주 펀드도 인기몰이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단기 고점을 형성한 만큼 향후 조정을 받으면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도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연초 1208원에서 현재 1158원까지 떨어지면서 외국인 순매수를 이끌던 요인 중 하나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면 코스피가 쉬어가는 흐름을 보이면서 주식형펀드 환매도 멈추리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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