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엔 풍경만 한 것이 없어라.안팎으로 찢어진 것이 풍경이리라.다친 마음이 응시하는 상처갈래갈래 갈라져 나간 산의 등허리를 보는 마음은찢긴 물줄기가 다시 합쳐지는 것을 보는 무연함이라네.거기, 어떤 헐떡임도 재우고 다독이는 힘이 있어산은 바다는 계곡과 별들은 저기 있네.크레바스 사이로 빨려 들어간 산사람처럼상처 속의 상처만이 가만히 잦아드네.찢긴 풍경에겐 상처 입은 마음만 한 것이 없어라.외로운 사람의 말동무 같네 저 상처.
■ 살다 보면 이래저래 마음을 다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흔히 풍경을 찾아 나선다. 어떤 사람은 가까이에 있는 수변 공원이나 산책로를 따라 걷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작심하고 저 멀리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가서 사람들은 풍경에다 "다친 마음"을 슬쩍 내려놓고는 돌아온다. "아픈 마음엔" 정말이지 "풍경만 한 것이" 따로 없다. 시에 적힌 것처럼 풍경은 참 "무연"하다. '무연하다'는 세 갈래의 뜻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아득하게 넓다'이고, 다른 하나는 '크게 낙심해 허탈해하거나 멍하다'이고, 마지막 하나는 '아무 인연이나 연고가 없다'이다. 이 시에 쓰인 "무연함"은 어쩌면 이 세 가지 의미들을 모두 거두어 품고 있는 듯하다. 크게 상처 입은 자가 아무 인연이 없는 저 너르고 아득한 풍경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장면이 떠올라서 말이다. 그런데 그러하기에 거꾸로 생각해 보면 풍경 속에는 다치고 아픈 마음들이 얼마나 많이 깃들어 있을까 싶다. 풍경은 "상처 입은 마음"들로 실은 온통 찢겨져 있는지도 모르는 일. 그런데 또한 그러하기에 "찢긴 풍경"만이 "상처 입은 마음"을 알아보고 보듬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설엔 그랬으면 좋겠다. 한 해 동안 다치고 아픈 마음들끼리 만나 서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풍경이 되어 다독이고 꼬옥 껴안았으면 좋겠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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