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만에 모인 1000만 촛불민심…野정치인들도 거리로(종합)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2016년 마지막 날을 밝힌 촛불집회가 10주만에 1000만명 돌파라는 진기록을 남긴 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에 빗댄 '송박영신(送朴迎新·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 집회가 다시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 각지의 광장을 메우면서 한국사회는 확연한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됐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받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주목받기 시작한지 두 달여 만이다.

서울 보신각 사거리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식과 촛불집회

◆축제같은 촛불집회·새해맞이= 축제처럼 장식된 촛불 집회는 날씨가 제법 쌀쌀한 지난달 31일 오후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에 열린 10차 범국민행동 행사는 주최 측 추산으로 연인원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광화문 광장 등 일대에 집결했다. 단일 의제로 10주만에 1000만명을 돌파한 첫 행사로 기록됐다. 이날 집회도 예전처럼 청와대와 국무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등 크게 세 갈래 길로 나뉘어 이뤄졌다. 박 대통령의 하야와 체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 헌재의 공정하고 빠른 탄핵심판 등을 촉구하는 행렬이었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보신각으로 집결해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동참했다. 보신각 사거리까지 인파가 몰리면서 이 일대는 발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인근에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따뜻한 카레밥을 제공했고, 광화문 앞에선 신대철·전인권 등이 함께 하는 열린 무대가 마련됐다. 서울을 제외한 부산, 광주, 전주 등에선 연인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촛불집회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촛불집회의 뜻을 되새기고, 박 대통령 탄핵과 사회의 적폐 청산에 힘을 모으자고 다짐했다. 이날 집회와 함께 인근 대한문 앞에선 보수단체가 '태극기 집회'를 열어 촛불집회에 맞섰다.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이들 단체들은 헌재의 탄핵심판 기각을 주장했다. 경찰은 2만명 가까운 병력을 투입해 양 측의 충돌에 대비했다.

10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추미애 더물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촛불과 함께 한 유력 정치인들, 대선 정국 신호탄= 한편 이날 집회에는 야권의 주요 정치인들이 모습을 내비쳐 조만간 도래할 대선 정국을 실감케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추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묘소 참배가 안 된다고 한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류독감(AI) 확산과 관련해선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도 "내년 대선을 국민이 승리하는 선거로 만들자"고 다짐했다.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여권에 이렇다할 대권 주자가 없는 가운데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하거나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전주에서 풍남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해 "대선과정에서 대의에 따라 국민의당과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 같이 힘을 모으면 상대가 누구라도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종북몰이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개혁보수신당을 포함한 범보수세력이 문 전 대표에 제기하기 시작한 색깔론에 대한 반박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신각 사거리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주관했다. 그는 신년메시지를 통해 "상식과 기본이 살아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날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소녀상을 지키는 대학생들을 만나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의 그릇된 태도를 지적했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신년사에서 "새로운 개혁세력이 한국 정치를 주도하게 해야 한다"며 개헌론을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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