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BIM공법, '싱가포르 지하철' 뚫었다

'건설한류 반세기, 오늘과 내일'<2>삼성물산 톰슨라인 T307프로젝트대형 토목공사 줄잇는 싱가포르,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액 3위로최저가 입찰방식서 신뢰·기술력으로 승부, 높은 금액에도 따내톱다운·대안공법 등 이용 간섭사항 최소화, 공사단계도 줄여줘[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싱가포르는 전 국토면적이 718㎢로 작은 도시국가지만 국내 건설사에게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싱가포르 정부가 내놓은 마스터플랜에 따라 지하철노선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 한데다 고속도로ㆍ철도ㆍ항만 역시 대규모 신설이나 보수공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그간 텃밭으로 여겼던 중동지역이 저유가에 경기침체로 기존 공사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발주가 급감한 반면 싱가포르에선 대형 토목공사 발주가 꾸준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싱가포르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공사 수주액으로 7위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3위로 치고 올라왔다. 국내 건설사들이 발주처의 눈높이에 맞춰 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 현지 시장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은 결과다.싱가포르 남동부 머린 퍼레이드(Marine Parade) 지역에 터널과 정거장, 지하상가를 조성하는 '지하철 톰슨라인 T307 프로젝트'도 이런 배경에서 따낸 공사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해 삼성물산이 지난해 11월 수주한 이 공사는 현재 가시설 공사에 돌입한 상태다.박홍신 삼성물산 현장소장은 "발주처가 먼저 시행키로 한 기존 시설물 이설작업이 올해 말이면 끝나는데 그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먼저 작업이 가능한 장소를 찾아 2팀으로 나눠 공사를 시작했다"면서 "12월 말부터는 4팀으로 전 구간에 걸쳐 본격적인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으로부터 수주한 도심지하철 톰슨라인 T307 공구현장을 상공에서 내려다본 모습. 지하터널과 지하철역, 지하상가를 조성하는 공사로 주변에 상가ㆍ주거지가 밀집해 있어 공사 전부터 환경ㆍ안전문제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고 삼성물산은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2030 지하철 노선확장계획에 따라 톰슨라인과 다운타운라인 등 2개 추가라인이 곳곳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단독 수주한 T307 공사는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Woodlands)지역과 창이국제공항을 잇는 43㎞ 길이의 톰슨라인 구간 가운데 한곳이다. 최저가 방식으로 입찰경쟁을 진행했지만 가격이 아닌 발주처의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회사 관계자는 "이전까지 싱가포르에서 지하철공사 6곳을 수주했지만 7번째인 이번 공사를 따내기까지 두차례 실패를 경험했다"면서 "이번 입찰에는 총 6개 경쟁사가 뛰어들었고 우리가 써낸 금액은 1위 업체보다 3000만달러나 높았지만 기술력과 수행역량, 안전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술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삼성물산은 대형 터널굴착기(TBMㆍTunnel Boring Machine)로 2.7㎞를 뚫은 후 개착식 터널로 지하상가 343m와 지하 2층 규모의 정거장 한곳을 짓는 공사를 맡았다. 공사금액은 3억9300만달러로 앞서 2013년 7월 같은 톰슨라인의 213공구를 수주한 이후 2년여 만이다.싱가포르는 섬인데다 지역별로 지반이나 지질구조가 달라 토목공사를 수행하기 녹록지 않은 조건을 갖췄다. 한국 업체는 물론 글로벌 건설사가 상당수 진출해 있는데 입찰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업체의 기술력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번 T307 공구 입찰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6개 업체 가운데 삼성물산만 유일하게 대안설계를 제시했다. 기존 12개 공사단계를 7단계로 줄여 공기를 앞당기는 방안이었으나 발주처는 당초 설계와 달라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발주처가 선뜻 결정을 못 내리자 삼성물산은 자체 개발한 빌딩정보시스템(BIM)을 카드로 꺼내들었다. 이 시스템은 공사기간별 단계가 표시되고 특정지역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해당 지점의 공사진행 단계별로 간섭사항 리스크가 입체적으로 표시된다. 이로 인해 직접 현장을 살피지 않더라도 공사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는 게 가능해졌다. BIM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자체 팀을 꾸려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입찰에 참가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화면을 통해 실제 공사에 적용되는 설계 데이터를 볼 수 있으니 발주처도 고객을 끄덕였다"면서 "싱가포르에서는 처음으로 발주처에 BIM을 활용해 공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계약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공사는 탑다운 방식을 적용했다. 지하철 천정쪽 공사를 먼저 끝낸 후 점차 하부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초기 공사만 진척되면 중간에 도로를 옮기지 않아도 돼 후속공사를 진행하기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 공사현장 주변으로 있는 백화점이나 호텔이 있는 만큼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해 간섭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안공법을 제시해 발주처가 당초 만들었던 원안설계보다 공사단계를 줄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박홍신 소장은 "이번 공사현장 특성상 각종 시설이 많고 주거지와 상가, 호텔 등 민원요소가 많아 사전에 적극 홍보활동에 나서 지역주민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소음이나 진동, 먼지처럼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공법을 택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사전에 위험요소를 모두 찾아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삼성물산은 이곳을 포함해 지하철 다운타운 C922라인과 C923라인, 싱가포르 중심부에 있는 칼데코트 지역의 환승역사 한곳과 총길이 379m를 건설하는 지하철 톰슨라인 213구간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싱가포르 최고 빌딩인 탄종파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창이공항 확장 패키지1공사와 LNG터미널 3차공사 등 건축ㆍ토목분야에서 다양한 공사를 맡았다. 과거 수행했던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손실이 생겨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수행하면서 발주처에게 심어준 신뢰 역시 든든한 자산이다.박 소장은 "세금으로 진행하는 공사로서 제일 중요한 건 '공사를 적기에 사고 없이 완공하는 것'"이라며 "이번 T307 현장처럼 모든 공사 구간 가운데 가장 어려운 구간의 공사를 맡긴 것도 비용이 아니라 공기(工期)와 안전이란 측면에서 삼성물산을 신뢰한 셈"이라고 말했다.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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