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광화문광장의 촛불이 일제히 꺼지며 암흑으로 물들었다. 5차 범국민촛불대회에 모인 130만명의 시민들은 오후 8시 정각 1분 동안 가지고 있는 촛불과 핸드폰 불빛을 끄고 어둠 속에서 함성을 지르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1분 후 시민들이 동시에 촛불을 켜고 '박근혜 퇴진하라'고 외치면서 전에 없는 장관이 연출됐다.이날 '5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에 모인 130만명의 시민들은 '1분 소등'에 참여했다. 주최측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뿐 아니라 함께하지 못한 전국의 시민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1분 소등을 준비했다며 "어둠은 진실을 이길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량을 타고 있는 시민들도 1분간 경적을 울리며 동참했다. 주최측은 "장관이 너무 멋있어서 말문이 막힌다"고 환호했다.이날 오후 8시 기준 주최측 추산 13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부산 10만명, 광주 5만명 등 총 30만명이 모여 전국적으로 16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열린 이후 최대치다.손발이 꽁꽁 어는 추운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주최측은 사직터널에서 동십자각 넘어까지, 그리고 시청광장을 지나서까지 시민들로 가득찼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손과 발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목도리와 장갑, 핫팩으로 무장을 하고서라도 집회에 참가하려는 열기가 광장을 가득메웠다.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지역, 학벌을 초월한 모든 시민들이 광장에서 하나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 광화문 광장에 모인 130만개의 촛불들
안드레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어제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대학생총궐기를 진행하고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불허했지만 우리는 가처분 신청으로 승리했다"며 "그리고 우리는 오늘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이곳에 모였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승리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조차 없는 우리 대학생들이 다시 역사를 쓰겠다"며 "다함꼐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고 그 이면에 기생하던 정치 세력을 잘라내기 위한 투쟁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늘 우리가 든 촛불은 박근혜가 짓밟은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등불이고 우리가 외치는 함성은 민심을 거역한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무릎꿇지 않고 시민들과 끝까지 함께하며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전국의 조합원이 함께 하는 총파업도 진행한다. 최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권의 불법 정책이 모조리 폐기되도록 국민 여러분도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무대에는 예정에 없던 가수 양희은씨가 올라와 공연을 하며 시민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양희은씨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며 촛불을 흔들었다. 특히 노래 '침이슬'이 흘러나오고 '끝내 이기리라' 부분의 가사가 광장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모두 함께 따라부르며 호응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사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자 집회 열기도 더욱 뜨거워졌다.
본집회 전에 열린 문화행사에서는 가수 안치환씨의 공연도 있었다. 안씨는 무대에 올라 '자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노래를 부르며 시민들을 독려했다. 광장을 가득메운 시민들도 촛불을 머리 위로 흔들며 노래에 화답했다. 안씨는 "전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비폭력 시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최선의 예의를 지키며 대통령이 신속히 퇴진을 하라는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제 노래가 훼손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를 때는 '사람'이 아닌 '하야'로 바꿔달고 부탁했다. 시민들은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를 크게 따라 부르며 하나돼 집회를 즐겼다.한편 본집회가 끝난 오후 8시10분께부터 8개 경로로 행진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주최측이 신고한 8개의 코스를 걸으며 청와대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 후에는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광화문광장과 도심 곳곳에서 '하야가 빛나는 밤에' 1박2일 프로그램도 진행한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6112616572301990A">
</cente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