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15일 1970대 후반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원화약세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결국 1960선으로 주저앉아 1967.53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의 2000억원대 매도로 3거래일째 이어지는 내림세다. 지난주 미국 대선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은 연일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신흥국 증시는 약세를 지속하는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공약 현실화 과정에서의 우려감이 증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 =트럼프가 경선과정 내내 줄곧 강조한 부분이 자국 우선의 보호무역 강화였다는 점에서 수출 중심의 신흥국들은 중장기적으로 통상마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트럼프가 연준이 정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트럼프의 공공인프라 투자계획으로 인한 경기회복 기대감이 가세하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인상 확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실제로 전일기준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어느덧 92%까지 높아져 연내 금리인상이 점차 현실화 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저금리 장기화에 대한 비판과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의 불명확한 통화정책으로 인해 향후 일부 연준 위원들의 조기 사임과 예상보다 빠른 금리 정상화 과정으로 귀결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 통화정책 이슈는 당분간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꾸준히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이처럼 미국 대선 이후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 전반적으로 하락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향후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행(보호무역주의)과 관련된 멘트들이 나올 때마다 추가적으로 여진이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무엇보다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하락세(달러화 강세)를 보이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주식시장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월 들어 1.8조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10개월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은 어느덧 1170원을 넘어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매크로와 실적 모멘텀 부족으로 주식시장 전반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환차손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국내 증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와 신흥국 전반의 통화가치 하락, 그리고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수급부담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탄력적인 상승전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모멘텀을 보유한 업종 중심의 슬림화된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해 보이는데 트럼프의 대선공약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업종 위주로 우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당선자가 중국, 멕시코에 대한 무역규제를 공언하고 있는데, 공약의 실행 가능성을 떠나서 무역규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당분간 커질 전망이다. 주요 신흥국 가운데 미국, 멕시코와 무역구조가 다른 곳은 인도가 대표적이다. 무역의존도가 낮은 편이고 산업구조가 고르게 분산돼 있어 인도 주식시장의 경우 대외변수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주요 국가들은 재정지출과 통화완화를 통해 대외무역 위축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거나 인플레이션압력이 낮아서 통화완화의 추가 실시가 가능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반등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대표적인 시장으로는 중국, 헝가리, 인도네시아, 이란, 쿠웨이트, 필리핀, 폴란드, 루마니아, 태국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14일에 달러화로 환산한 주가지수가 상승한 주요 신흥국 증시는 베네주엘라(이하 주가 상승률 기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중국, 수단, 쿠웨이트, 페루, 파키스탄이다. 이 가운데 베네주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의 증시는 해외변수 보다는 내부의 일시적 요인에 의한 강세이다. 이들 3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시장 가운데 미국발 변수의 수혜로 상승한 곳은 카자흐스탄이다. 미국 인프라 투자확대에 따른 광물가격 상승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중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해외변수 보다는 내부 변수, 특히 정책 및 제도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선진국 주식시장 가운데 같은 기간에 주가가 상승한 곳은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 일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주가는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호재였다. 따라서 당분간 원유를 제외한 광물 원자재 생산비중이 높은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브라질, 러시아의 경우는 대외무역 위축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크거나 가격 상승폭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 원유 산업의 의존도가 높아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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