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덫에 빠진 재계] 檢 칼날 앞 숨죽인 재계, 3대 관전포인트

검찰 수사 '프레임 전환' 효과, '뇌물공여' 처벌 부담, 정경유착 고리 끊는 기회 될 수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대기업 총수 줄소환 가능성을 흘리면서 재계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재계와 관련한 자금 지원 논란은 물론 각종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검찰 칼날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삼성전자의 심장부인 서울 서초 사옥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재계에 수사 방향을 알리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표면적으로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 지원을 둘러싼 수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돈을 전한 주요 대기업에 칼날을 들이댈 것을 암시하는 예고편이라는 얘기다.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황제소환' 논란으로 뭇매를 맞자마자 삼성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러한 검찰 행보를 놓고 청와대 수사로 쏠려 있는 시선을 재계 쪽으로 돌리는 '프레임 전환' 효과를 의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검찰이 재계 총수를 상대로 수사의 칼날을 세울 경우 그쪽으로 여론 시선이 집중될 수 있다. 지난해 7월24~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7개 대기업은 좌불안석이다. 총수 줄소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법적인 부담은 물론 신인도 저하 등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한국 언론은 물론 외신의 수사 진행 상황 취재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이 재계 총수 수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외신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려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돈을 준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은 '뇌물 공여' 혐의로 처벌될 위기에 놓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최고 권력을 앞세워 지원을 요구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데 돈을 제공하고 법적인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재계가 '최순실 덫'에 빠진 셈이지만, 반대급부에 대한 여론의 시선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권력 주변부의 조폭과 같은 행태에 시달리며 돈을 제공하는 관행을 이번 기회에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최고 권력과 대기업의 관계는 동등한 상황에서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도 문제가 터지면 무엇인가 대가를 바라고 자금을 지원했을 것이란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협조하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이런 때일수록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해법"이라며 "자신을 던져야 한다는 심정으로 수사에 협조하면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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