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나합'스토리 - 스님이 앞장 서고 기생이 따라가니, 가는 길 어지러워라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나주에는 세 가지 배가 있다 하옵니다.”“하나도 아니고 세 가지란 말이더냐?”“나주 사람들이 우스개로 하는 말이옵니다. 하나는 달디단 나주배(梨)이고, 또 하나는 목포로 이어지는 영산강 뱃길에 떠있는 돛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배는...”“핫핫. 떠나가는 배를 탄 사람을 못잊는 여인의 배(腹)가 아니더냐? 간 밤에 그 배는 다른 배에 닿아있었는데...”“어머나. 너무 야하신 말씀이옵니다.”“그게 아니란 말이더냐?”“곰탕으로 배를 채워, 떠나는 사람의 그리운 허기를 데워주는 것이라 하옵니다.”“핫핫핫. 내가 너무 많이 나갔구나. 내가 연꽃을 좋아하여 호를 하옥(荷屋)이라 지었거늘 그대의 뜨락이 온통 하옥이니 마치 내 집에 온 것 같구나.”“연꽃의 열가지 덕(德) 중에서 이제염오(離諸染汚)를 가장 아끼옵니다.”“진흙 속에 살아도 진흙에 물들지 않으니, 그대가 부용(芙蓉)이란 말이더냐?”“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있사옵니다.”“아까 기둥에 붙은 부용시를 보았는데, 부용의 다른 시와 더불어 현음(玄音, 거문고 소리)을 들려줄 수 있겠느냐?”“부족하지만 한번 해보겠사옵니다.”좌중의 하객들이 모두 큰 소리로 환호를 했다.
僧歸落葉蕭蕭步 妓揷秋花澹澹容 (승귀낙엽소소보 기삽추화담담용)萬疊溪山迷去路 玆行還似訪仙? (만첩계산미거로 자행환사방선종) 사각사각 낙엽 밟고가는 스님이 앞장 서고해뜻해뜻 머리에 꽃꽂은 기생이 따라가네만 겹의 계곡과 산 가는 길 어지러워라이 길 돌아가려면 신선과 숨바꼭질 좀 해야겠네 “김부용이 부른 ‘묘향산에 들다(入妙香山)’라는 시이옵니다.”“과연, 절색에 절창에 탈속의 풍류로다.”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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