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현장 르포]30만원대 한우 '불티'…김영란법의 반전 효과?

격식 갖춰야 하는 선물, 백화점 고가 여전히 인기김영란법 시행 5만원 이하 와인…기업 주문 잇따라

4일 오후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추석선물코너에서 선물을 고르는 손님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이전 마지막 명절이라 그런지 한우, 굴비 등 비싼 선물들이 제법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꽤 팔렸어요."4일 오후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 지하2층 식품코너 한 켠에 마련된 한우선물세트 매장 직원은 영수증을 처리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매장에는 12만원 상당의 '한우 꼬리세트'부터 여물을 끓여 먹인 72만원 짜리 '명품 화식한우'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한우세트가 즐비했다. 추석연휴를 열흘 앞둔 이날 서울시내 백화점들은 명절 선물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음 주말(8월8일~9일)이 남은 탓에 백화점 선물코너가 북새통을 이루진 않았지만, 부지런을 떤 손님들이 잇따르면서 명절 분위기는 물씬 풍겼다. 최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한우의 경우에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목동 2단지에 거주하는 김순례(68·여)씨는 “작년에도 한우세트는 30만원대에서 구입했다”면서 “백화점 선물은 통상 가격대를 보고 결정하는 만큼 올해도 30만원대에서 고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선 박주선(35)·김미래(32·여)씨 부부가 25만원 상당의 한우세트를 2개를 구입했다. 지난 5월 결혼한 뒤 첫 명절인 만큼 양가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이다. 김씨는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첫 명절선물이라는 점에서 고민 없이 골랐다”고 말했다.이번 추석선물에서 백화점 한우세트는 20만원~30만원대를 가장 선호했다. 차례상에 오르는 조기의 경우 16만원대 실속형 선물부터 100만원까지 크기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절에 가족끼리 드시려면 저렴하고 양이 많은 10만원대 상품을, 격식을 차려야하는 분들에게는 20~30만원대가 많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백화점에서 과일세트와 인삼세트는 각각 10만원대, 견과류나 곶감, 멸치 등의 지역 특산물은 5만원~8만원대가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 다만 올 여름 폭염으로 국산 과일값이 오르면서 구성은 예년보다 부실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청과코너 배 1개 가격이 1만3000원, 홍로는 개당 9000원에 달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만난 이석화씨(75·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여)는 “매년 사돈집에 보낼 과일을 여기서 구입했는데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조금 더 할인해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백화점에선 13만5000원 상당의 사과·배세트(사과5·배6)를 11만5000원까지 할인 판매했다. 백화점들은 인기상품의 경우 가격을 할인하거나 5만원 이하 선물을 준비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기업들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비해 벌써부터 실속형 선물을 찾는 탓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에는 사과5개·배4개 짜리 한 세트가 5만5000원에 판매됐고,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같은 구성이 5만원에 판매됐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4만8000원 상당 사과배 세트가 준비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때문인지 5만원 이하 상품이 생각보다 많이 판매됐다"면서 "오늘은 주말이라 손님이 덜 하지만 평일 점심에는 주문하는 (기업)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백화점 명절선물 대부분이 기업의 단체주문인 만큼 비교적 저렴한 와인은 김영란법의 최대 수혜자였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선 부산국제영화제 건배사에 쓰였던 칠레와인 '뷰마넨' 2종세트(3만5000원)가 최근 130개 주문을 받았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도 칠레산 코노수르 2종(4만5000)이 110개 단체로 팔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원하는 와인을 고르면 5만원 이하로 맞춰 선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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