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
[베를린(독일)=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생활가전 사업에서 사실 한국 업체들이 폼팩터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가전업체를 흉내내 밸류를 개선해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래선 우리가 약진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만의 폼팩터를 만들자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이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혁신 제품들로 글로벌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풍에어컨·액티브/애드워시·패밀리허브 냉장고 등 모험을 했던 제품이 잇달아 히트를 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방향성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서 부사장은 2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6'이 열리는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4년간 윤부근 현재 CE부문 대표께서 생활가전사업부를 맡으셨을 때 부터 혁신 제품에 투자를 한 것이 올해 들어 비로소 성과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전략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 생활가전 본고장 리더들을 능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기존에 한국과 미국에 출시됐던 IoT(사물인터넷) 냉장고 '패밀리 허브'를 유럽형으로도 출시했다. IoT 라는 개념을 냉장고에 도입한 것이 처음인 만큼 판매 요청도 빗발쳤다. 서 부사장은 "패밀리허브도 어찌 보면 모험이었던 제품이었고 의구심을 가졌었다"며 "그런데 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오늘 전시장을 보니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은 것을 보면 이것도 '뉴 노멀'로 자리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가전제품은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기술도 좋지만, 너무 기술에 치중하다보면 오히려 제품이 사람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설명이 없어도 한 번에 알아보는 제품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찾아 제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온도는 낮게 유지하되 바람은 직접 불지 않는 '무풍에어컨'으로 히트를 쳤다. 서 부사장은 무풍에어컨의 명칭 역시 사람들의 격한 공감을 이끌어 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아이디어 제품의 콘셉트를 타 업체들이 뒤따라오는 것에 대해서도 뿌듯함을 나타냈다. 서 부사장은 "올림픽 경기 종목을 봐도 한 선수가 특이한 자세나 운동방법으로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모두 그 방식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사실 가전업체에서 혁신 제품군을 여러 가지로 출시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금형을 만들어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급적 오래 사용하고, 한참이 지난 후 다시 금형을 새로 만들곤 하는데 이 방식을 아예 바꿔버린 것. 삼성전자는 다양한 시도를 위해 제조업 혁신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제조 단계에서 효율성을 높여 제품군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얘기다. 서 부사장은 소비자가전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B2B(기업 간 거래)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원형 디자인을 적용한 시스템에어컨 '360 카세트', 미국 데이코 인수를 통한 빌트인가전, 스마트가전 등의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특히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빌트인 가전 시장은 미국 40억달러, 유럽 180억달러 이상 규모로 전체 가전시장에서 각각 15%, 40% 수준을 차지한다. 서 부사장은 "이 시장에서 전문 유통과의 다양한 형태 협업으로 Top Tier 위상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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