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개회사]입법부 수장, 박근혜 대통령 정면으로 겨냥…'국민 대신해 의장이 말했다' (종합)

최고 통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 정면으로 겨냥우병우 사태와 사드 문제 반박"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했을 뿐""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본회의장 밖에선 "야당 목소리 아닌 의장의 목소리"[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세균 의장의 칼은 누구를 겨눴을까. 3부 요인인 입법부 수장으로서, 이례적으로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쓴소리를 내뱉은 정 의장의 개회사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으며 정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정 의장은 1일 제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국회의장을 영어로 ‘스피커’라고 한다"면서 "상석에서 위엄을 지키는 '체어맨'이 아니라 스키피커인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라는 취지"라며 작심한 듯 발언했다.방점은 헌정 사상 초유의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찍혔다. 그는 "최근 우 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제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들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티끌만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해야 하고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라며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우 수석 사퇴를 종용한 셈이다. 사드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 의장은 정부의 태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란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변국과의 관계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면서 모든 책임을 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게 돌렸다. 그는 문제의 근원을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찾기도 했다. “최근 추경안 처리 과정이나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갈등,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난맥상 등 일련의 상황들을 접하면서 우리 국회와 정치의 권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개회사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강조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는 “그동안 우리 국회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감시와 견제의 역할보다는 정파적 이해를 우선시했던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편에 서서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발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발언은 야당 의원 입장이 아닌) 스피커의 입장이었다"면서 "국회의장의 목소리지 왜 야당 목소리냐"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국민을 대신해 말씀드린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도) 진의를 잘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같은 정 의장의 강수(强手)에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여당과의 갈등도 일정 부문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게 "사상 초유의 추경안 무산을 바라만 볼 것"이냐며 야당 출신인 정 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며 강하게 압박했다. 추경안 합의를 중재한 만큼 의장도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그간 품어온 속내를 개회사를 통해 속시원하게 풀어냈다고 해석한다. 그는 20대 국회 개원식과 제헌절 경축식에서도 “개헌으로 국가를 혁신해야 한다”며 평소 소신을 풀어놓은 바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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