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첫 시험지는 '당직 인선'

친박, 당권 잡았지만 계파극복 숙제 떠맡아비박, 김무성·오세훈 등 대선 입지 좁아져[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이 사상 첫 '호남 당 대표'를 선택하면서 4ㆍ13 총선 참패 이후 격랑에 빠졌던 당을 추스를 기회를 얻었다. 친박(친박근혜)은 이정현 당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계파 청산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떠안은 상황이다. 비박(비박근혜)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우며 총력전에 나섰지만 조직력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차기 대권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새로운 '친박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계파청산이다. 일단, 이번 전대를 통해 확인된 계파 갈등이 계속돼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총선 패배 이후 계파 간 권력다툼으로 내홍을 겪어 왔고, 전대를 통해 다수파인 친박이 당권까지 잡으면서 향후 비박이 독자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계파 청산은 내년 대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다. 대선을 앞두고 반목을 거듭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신임 대표가 경선 기간 동안 외친 계파청산의 첫 시험대는 당직 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의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과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이 누가 되느냐가 관심이다. 지도부를 친박이 장악한 만큼 '친박 인사' 임명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친박 위주의 인사가 이뤄진다면 비박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당청 관계의 재정립도 시급한 문제이다. 친박이 새누리당을 장악하면서 당청 관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 영향력도 더 강화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과 친박 간의 수직적 당청 관계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친박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여전히 당이 청와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 대표는 이번 전대 과정에서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으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 때문에 그가 보일 당청 관계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 지도부'의 등장으로 내년 대선 경선 판도도 뒤흔들리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가 정치권의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새 지도부가 대선 경선을 관장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단일후보였던 주호영 의원의 패배는 비박에게 뼈아픈 결과다.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비박의 주요 대선 후보들은 이번 전대에서 공개적으로 단일후보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주 의원이 29.4%의 지지율에 그치면서 비박의 한계를 보여줬다. 당내 일각에서는 비박의 결집과 친박에 대한 공세가 오히려 친박의 세 결집을 유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위 '단일화 역풍'이라는 분석이다.　비박의 당권 도전이 실패로 그치면서 당내 역학구도도 친박에 무게감이 더 실리게 됐다. 무엇보다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5명 중 4명을 친박이 장악, 비박의 급격한 위축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자연히 전당대회를 통해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던 김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은 물론이고,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ㆍ원희룡 지사 등 비박 주자들은 친박의 당권 장악으로 한동안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전당대회가 친박의 승리로 끝나면서 내년 초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이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친박에서는 현재 외부영입 이외에는 후보를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박이 다시 힘을 합쳐 반 총장으로 예상되는 친박 후보에 대항해 단일후보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전대를 통해 확인한 '단일화를 해도 승산이 없다'는 부담감은 두고두고 이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